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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위태’ 엔비디아... 큰손들도 비중 확 줄였다

애플 ‘탈엔비디아’ 소식에 급락
고객사 MS는 AI 실적 전망 밑돌아
엔비디아 담은 ETF들 비중 축소

글로벌 대표 기술주인 엔비디아가 이달 급락하면서 국내 인공지능(AI)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내 엔비디아의 비중도 대폭 줄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장기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31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포트폴리오에 엔비디아를 10% 이상 담고 있던 ETF 5종(올해 상장 ETF 제외)은 최근 한 달 사이 엔비디아 비중을 대폭 줄였다.

상품별 추이를 보면 △KOACT 글로벌AI&로봇액티브(13.14%→11.24%) △TIGER 글로벌AI액티브(15.68%→10.77%)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17.13%→8.56%) △HANARO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 (10.76%→8.33%) △KODEX 미국메테버스나스닥액티브(12.68%→7.40%)다.

일부 상품은 올해 초보다도 줄였다.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ETF의 연초 엔비디아 비중은 8.96%였지만 현재는 4.93%로 반토막 수준이다.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를 90% 이상 따르는 패시브형과 달리, 70%까지만 지수를 추종하고 남은 범위 내에선 펀드매니저가 재량으로 종목이나 투자 비중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액티브 ETF의 포트폴리오는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역들이 특정 산업 내에서 어떤 종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달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트럼프 트레이드' 유행, 기대를 빗나간 고객사의 2·4분기 실적발표, 이에 따른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쳐지면서 주가가 고꾸라졌다.

애플이 엔비디아가 아닌, 경쟁사(구글)의 AI칩을 사용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함이 가중됐다. 여기에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간밤 2·4분기 AI 클라우드부문의 실적이 예상치를 소폭 밑돈 것으로 발표하면서 주가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최근 한 달간 20% 가까이 내렸고, 간밤에는 7% 넘게 하락하며 100달러선을 겨우 지켜냈다.

기술주가 줄줄이 폭락하자 '믿음의 순매수'를 보였던 서학개미들도 엔비디아를 순매도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엔비디아 주식 5억92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테크들의 설비투자가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실적 피크아웃(정점 통과)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과거 반도체 업황의 사이클을 보면 다운에서 업으로 전환 뒤, 주가가 반등하면 최소 1년에서 2년 반까지는 상승 시기를 보내왔다"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AI반도체 업황이 지난해 5월부터 되살아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의 피크아웃을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 IT 전방산업의 수요 회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