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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울어버린 복싱 영웅 임애지 “솔직히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여자 복싱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
“긴가민가했지만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메달 따기 싫었다. 꼭 결승가고 싶었다”
“하티세 정말 만나기 싫었던 선수”
“한국에는 54kg 없어... 중간 체급 꼭 생겼으면”
“아시안게임과 LA 올림픽 다시 도전”


끝내 울어버린 복싱 영웅 임애지 “솔직히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한민국 복싱 대표팀 임애지 선수가 4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 튀르키예의 해티스 아크바스 선수와의 경기에서 동메달을 확정지은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잘 싸웠다. 사실 경기 내내 맹공을 퍼부운 것은 임애지였고, 경기를 주도했던 것도 임애지였다.

현란한 풋워크와 원투 스트레이트, 그리고 왼손 잽이 계속 하티세 아크바스를 공략했다. 하지만 판정은 달랐다.

임애지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에게 2-3(28-29 27-30 29-28 27-30 29-28)으로 판정패했다. 준결승에 진출해 한국 복싱 여자 선수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확보했던 임애지는 결승 무대까지 밟지는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끝내 울어버린 복싱 영웅 임애지 “솔직히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한민국 복싱 대표팀 임애지가 4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에서 튀르키예의 해티스 아크바스 선수와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임애지의 동메달은 2012 런던 대회 한순철(남자 60㎏급 은메달) 이후 한국 복싱에는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이다. 그녀의 한걸음이 곧 한국 여자 복싱의 역사이고 발자취다.

하지만 임애지는 경기 후 웃지 못했다. 오히려 큰 아쉬움을 토해냈다.

끝내 울어버린 복싱 영웅 임애지 “솔직히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 튀르키예의 해티스 아크바스 선수와의 경기에서 동메달을 확정지은 후 한순철 코치(왼쪽)와 함께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끝내 울어버린 복싱 영웅 임애지 “솔직히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에서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에게 패한 한국 임애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애지는 “솔직히 나는 동메달 따기 싫었다. 꼭 결승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공이 울렸을 때 이겼을까 졌을까 긴가민가했지만, 나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말해서 판정에 대한 아쉬움도 살짝 드러냈다.

하지만 이내 “하티세는 빠르고 공격 후에 마무리가 좋다. 내가 깔끔하지 못해서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고 그 부분에서 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이 선수는 안 만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코치님께서 첫 라운드 3-2로 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진다는 생각은 없었다.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끝내 울어버린 복싱 영웅 임애지 “솔직히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에서 튀르키예 하티세 아크바시에게 패한 한국 임애지가 한순철 코치의 위로를 받고 있다. / 사진 = 뉴스1

마지막으로 그녀는 간절한 한 가지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임애지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전국체전 준비를 하게 되는데 한국은 체급이 50kg, 60kg, 75kg밖에 없다. 지금 한국에 가면 다시 60kg까지 다시 찌워야 하는 상황이다. 중간 체급이 없었다. 아시안게임 때도 54kg으로 뛰다가 한국에서는 다시 60kg으로 찌우고 다시 54kg으로 감량하는 그 시간에 저에 대한 정체성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 못 가져와서 아쉽지만, 우리 나라 복싱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나에 대한 기대를 조금 더 하게 되었다. 2년 뒤 아시안게임과 4년 뒤 LA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라며 올림픽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