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투자자 입장에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낙폭이었다. 5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8%, 코스닥은 -11% 하락했다. 장중 기준으로는 -10%, -13%라는 믿기 힘든 하락폭을 그렸다. '검은 월요일'이란 표현에 걸맞게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주가 하락했고, 코스피 2400선, 코스닥 700선이 동시에 무너졌다.
■코스피·코스닥 동반 급락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p(8.77%) 내린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101.49p(3.65%) 하락한 이후 연이틀 약세를 보였다. 지난 1일 2700선을 훌쩍 넘어 거래되던 지수는 단 이틀만에 2450선 아래로 내려갔다.
코스닥지수도 같은 날 88.05p(11.30%) 내린 691.28에 거래됐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700선 밑에서 거래된 것은 지난해 1월 10일(696.05) 이후 약 1년 7개월여만의 일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11시께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을 정지했다. 발동 시점 당시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18.65p(5.08%) 하락한 348.05였다.
코스닥시장에선 이날 오후 1시 5분에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됐다. 하루새 코스피, 코스닥의 사이드카 발동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14분에는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20분간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앞서 오후 1시 56분 코스닥지수도 8% 넘게 하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만의 일이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위험자산 선호 축소에 코스피 내 52주 신저가 종목은 260개에 달했고, 헬스케어와 2차전지 밸류체인을 제외한 전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라며 "미국 반도체 인공지능(AI) 이익 우려가 지속되며 엔비디아까지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장중 낙폭이 확대됐다"고 판단했다.
■개인 저점 매수 이어가
개인은 이번 증시 하락을 저점 매수 기회로 봤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대금은 1조7001억원에 달했다. 지난 2일 코스피가 3%대 하락했을 때 1조6214억원어치를 산 것을 더하면 이틀간 순매수 대금이 3조3216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사실상 같은 기간 외국인이 2조3760억원어치를 팔고, 기관이 1조541억원어치를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매도 물량을 개인이 모두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가총액 상위기업 중 삼성전자는 이날 10.30% 내린 7만1400원에 거래됐다. 개인은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의 주식 1조354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2일에 5200억원어치 몰렸으니 총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개인 자금이 삼성전자에 집중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개인이 최근 2거래일 연속 7400억원어치 사들였다.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 업종에도 개인 순매수 자금이 최근 2거래일 연속 집중됐다.
대신증권 신석환 연구원은 "이번주 반도체 섹터는 단기 조정 및 반등이 반복되며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다만 인공지능(AI)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가운데 빅테크 업체들의 AI 설비투자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어, 지난주 낙폭이 컸던 AI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종목의 일부 반등을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의 2·4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 중에 있으며 3·4분기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설비 투자가 확대되는 만큼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하반기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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