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침체 공포에 증시 급랭
"자산 처분해야하나" 문의 늘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액 19조원
반대매매에 추가하락 가능성도
"'역대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시장이 무너졌다." "이렇게까지 주가가 떨어질 악재인지 모르겠다."
코스피·코스닥시장이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최악의 월요일'을 보냈다. 투자 방향을 잡지 못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증권사의 일선 지점에서는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8.78%, 코스닥지수는 11.30% 폭락했다. 두 지수 모두 급락하면서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례없는 증시 급락에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증권사 지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영업점 관계자는 "한국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반이 폭락하는 상황이라 보유자산을 처분해야 할지, 그대로 들고 가야 할지 대응방식을 묻는 고객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폭락에 투자자들의 문의가 '뚝' 끊긴 지점도 있다. 다른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는 '팬데믹'이라는 이유라도 있었으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이날까지의 시장은 비이성적인 폭락장"이라며 "단 이틀 만에 급락하면서 투자자들도 단체로 멘붕에 빠져 코로나 당시보다 문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시가 폭락하면서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공포 수준으로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된 때문이라는 진단이 주를 이뤘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지난 2011년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였던 때와 비교하면서 "돌아보면 딱히 하락 요인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결국 최고조로 높아진 불안심리가 시장을 흔들어 놓은 결과였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반대매매 물량이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2일 기준 19조4225억원에 달한다. 하락장에서 주가가 떨어질 경우 담보가치 하락으로 강제매매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로 이어지고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추락하고 또다시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투자자는 서둘러 보유 중인 주식의 현금화에 나섰다. 지난 2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3.65%, 4.20% 급락하면서 증시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본 것이다.
고액투자자 A씨는 "지난주 금요일 보유하던 주식 전부를 현금화했다"며 "당분간은 단기 상승이나 하락을 예측하지 않고, 주식계좌 잔액을 지키는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증시 낙폭에 따라 투자 방향을 정하려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개인투자자 최모씨(31)는 "이번 폭락장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지인들의 패닉이 특히 극심한 것 같다"고 짚었다. 또 다른 투자자 김모씨(26)는 "하락장이 지속되면 평소 사고 싶었던 주식을 더 담아보려고 한다"며 "일부 종목은 '세일 기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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