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왼쪽)·박수빈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 계단뿌셔클럽 제공
“휠체어나 유아차를 사용해 보신 경험이 있거나 사용하는 가족, 친구가 있는 분은 잘 아실 텐데요. 식당이나 카페에 방문하려고 하면 그 장소의 자세한 상태가 궁금합니다. 출입구에 계단은 몇 칸인지, 경사로는 있는지,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인지 등등. 이런 정보를 저희는 ‘계단정보’라고 부릅니다.”
이대호·박수빈 계단뿌셔클럽 공동대표는 6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흔히 쓰는 주요 지도 서비스에는 계단정보가 부족하거나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계단뿌셔클럽은 이동약자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한 계단정보를 모으고 공개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이자 일종의 커뮤니티다. 두 공동대표는 원래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동료 사이였는데, 휠체어를 사용하는 박 공동대표와 외부에서 식사 등을 할 때마다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인지 문의하거나 미리 답사해야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다. 이들은 “요즘 앱으로 안 되는 게 없는데 왜 접근성 정보를 미리 알 수 없을까, 그런 대화를 동료들과 나누다가 우리가 겪는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 본다면 재밌고 보람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저희 둘이 시작했고 주변 동료, 친구들을 조금 꼬셔서 팀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계단뿌셔클럽은 이동약자가 스스로 접근성을 판단할 때 필요한 계단정보를 등록·조회할 수 있는 앱 ‘계단정복지도’를 운영한다. 주요 지도 앱에서는 알 수 없는 출입구 사진 등의 자세한 접근성 정보를 누구나 등록하고 조회할 수 있다.
계단정보 수집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주로 ‘정복 활동’이라는 행사를 통해 이뤄진다. 날씨 좋은 주말에 모여 2시간 정도 산책하며 정보를 모으는 활동이다. 참여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단뿌셔클럽을 알게 된 2·30대가 많은데 그중 절반 정도는 다양한 이동약자가 겪는 접근성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찾아온다. 그 외에도 걷기 운동을 하고 싶어서, 새로운 경험을 좋아해서, 골목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어서, 느슨하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데이트 코스로 괜찮은 것 같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시민들이 활동에 참여한다.
그렇게 계단뿌셔클럽은 지금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2만6000개 장소의 계단정보를 수집했다. 약 190회 진행된 정복 활동에 누적 2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두 공동대표는 “2000명이 넘는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나도 귀중한 주말 시간을 사용해 주셨다는 놀라운 사실이 가장 감사한 성과”라고 짚었다.
지금 계단뿌셔클럽이 집중하고 있는 목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계단정복지도를 ‘이동약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서울에서 약속을 잡을 때 유용한 앱’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다 크게 그리고 있는 그림은 ‘진짜 이동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동약자가 여행을 할 때 필요한 숙소 정보, 유명 관광지 이용 정보, 이동약자 당사자의 여행 후기, 엄선된 ‘배리어 프리 식당 후기’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대호·박수빈 공동대표는 “이동약자라고 하면 흔히 휠체어, 유아차를 생각하지만 사실 고령자 비중이 가장 크다”며 “계단을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어딘가 갈 때 꼭 필요한 ‘진짜 이동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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