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한국앤컴퍼니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세계 2위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업체인 한온시스템 인수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 침체와 한온시스템 주가 하락 등으로 이사회를 중심으로 '신중론'이 힘을 얻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타이어 이사회 내부에서는 한온시스템 인수에 대해 부정적 분위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3일 이사회를 열고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지분 25%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신주 12.2% 등 한온시스템 지분을 총 1조733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최근 국내외 공장 실사까지 마친 한국타이어가 인수에 급제동을 건 것은 한온시스템의 인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신주 인수가가 발목을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타이어가 인수 발표 당시 합의한 신주 인수금액은 총 3651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한온시스템이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발행한 6514만4960주를 1주당 5605원에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1주당 6490원이던 한온시스템 주가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4005원까지 38.3% 급락했다. 신주 인수가를 4005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한국타이어가 1000억원 정도를 더 떠앉는 셈이다. 한온시스템의 올해 2·4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동기 대비 50.1%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 부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타이어가 지난 3일까지 예정됐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것도 인수 기조 변화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대금 미납 이유를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기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세계 2위 기업과의 시너지를 노렸던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는 인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이사회가 인수 의지를 굳히더라도 연내 딜이 마무리될지도 미지수다. 이사회 결정 이후 본계약 체결 및 대금 납부, 양수도 계약 체결이 남은 데다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도 남아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한국타이어가 진출한 주요 국가는 미국, 유럽, 중국,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이다.
가장 먼저 승인을 한 건 유럽연합(EU)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언제까지 침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타이어가 노렸던 시너지 효과가 안날 수 있다는 우려가 기류 변화로 나타난 것 같다”며 “한국타이어 내부에서 상당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타이어는 연결 기준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69.2% 늘어난 42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