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가.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폭락장에 월가의 고수들도 큰 손해를 봤다. 변동성이 큰 옵션 거래는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8일 시장조사업체 LSEG 등에 따르면 단기 변동성 상장지수펀드(ETF) 중 가장 규모가 큰 10곳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올해 고점 대비 41억달러(약 5조6420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펀드들은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이다.
하지만 이달 1~5일 3거래일 동안 VIX는 각각 13.63%, 25.82%, 64.90% 급등했다. 지난 5일 장중에는 65.73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폭락 당시 이후 4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 미국 주식시장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10% 이상 폭락한 바 있다.
래셔널 에쿼티 아모르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 티게이는 로이터에 “지난 2일부터 시작된 3일간의 주식 매도세에 이은 VIX의 움직임은 ‘매우 매우’ 이례적”이라며 “지난주 시장에서 무엇인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 손상을 복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이 급등하며 헤지 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큰 손해를 본 것이다. JP모건이 지난 3월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단기 변동성 ETF에서 운용되는 자산은 약 1000억달러(약 1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제로데이옵션(0DTE)으로 알려진 초단기 옵션이 인기를 끌면서 이날 VIX 급등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0DTE는 같은 거래일에 발행되고 만료되는 옵션으로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거래다. 0DTE는 지난해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베팅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의 변동성이 급증하자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헤지 수단을 긴급히 찾게 되면서 VIX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이에 월가의 트레이더들도 초단기 옵션에 대한 거래를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옵션·선물 데이터제공업체 옵션메트릭스에 따르면, 0DTE이 S&P500 옵션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일 26%로, 올해 평균 48%에서 반 토막이 났다. 제로데이옵션 거래량은 한 달 전보다 26% 감소했고, 비(非) 제로데이옵션의 거래량은 42% 급증했다.
옵션 리서치기업 티어원 알파(Tier 1 Alpha)의 최고경영자(CEO) 크레이그 피터슨은 "매도가 한창일 때 투자자들은 변동성 급등이 지속될 것을 두려워해 단기 계약을 보유하는 데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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