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서
"증권신고서 무제한 정정 요구"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배주주들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태를 보이는 기업들을 향해 각성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소액주주들 반발을 사고 있는 합병비율을 제시한 대기업들을 염두에 둔 발언도 나왔다.
이 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두산의 계열사 합병이 그릇된 관행인지 묻는 질문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공시) 요구를 하겠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자 당국 내에서 합의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난달 24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음에도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과의 합병비율을 0.63대 1로 유지하겠다고 정정공시했다. 지난 2015년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기업이 평가절상되면서 두산밥캣의 주주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법적 절차와 내용을 어기지 않았다는 두산 측의 설명이지만 이 원장은 "경영진과 대주주들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 원장은 "지배주주 이익 만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 사례가 반복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또 밸류업 자율공시와 관련 "산업을 이끌고 대표하는 기업들이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고 참여해주길 바란다"며 "대주주 차원에서 소액주주들과 소통도 원활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 대기업의 사례를 들며 "수년간 배당이 없더라도 미배당 자원이 주주의 이익으로 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않나"고 짚었다.
이 원장은 '좀비기업' 퇴출에 대해서는 "상장제도 업사이드만 이용하고, 책임은 적은 곳들을 유지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폐지에 무게를 뒀다. 이 원장은 "원천징수 방식으로 세금을 걷는 기술적 사안부터 배당소득 등이 (은행)이자와 같은 성격으로 취급돼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며 "직접투자시 20% 세율을 부담하는데 펀드에 담아서 하면 사실상 50% 내외로 부담해야 하는 등 장기투자를 저해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체거래시스템(ATS)인 블루오션의 '먹통'으로 주간거래 주문이 취소된 사태와 관련해선 "자율적 투자 의사결정이 침해됐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증권사의 책임이 있지 않나"며 "다만, 원인을 밝히고 그 과정에서 중개사 등의 책임이 있다면 자율조정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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