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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일상생활 중에 종종 게임을 하고 싶은 나, 환자인가요? (下)

이도경 보좌관 칼럼 -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문제 (下)

[이도경의 플레e] 일상생활 중에 종종 게임을 하고 싶은 나, 환자인가요? (下)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파이낸셜뉴스] 지난 두 차례의 글에서 ‘ICD-11내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에 대한 진단 가이드(CDDR)’의 내용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국내에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된 미래를 그려봤다. 또 게임 플레이와 관련하여 어떤 행동들을 했을 때 우리가 ‘환자’가 될 수 있는지 확인했다.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들이 많았다. CDDR 작성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근 30여년만의 대규모 개정이므로 신규 코드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게임에서도 확장팩이나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을 땐 자세한 수정사항을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KCD-10에 등재돼 통용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KCD-10은 2030년경 시행 예정이다. 아직 6년이나 남은 문제를 두고 왜 벌써 호들갑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시행이 6년 남은 것일 뿐, 내년 10월경 통계청에서 초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논의할 시간이 고작 1여 년 남짓 남은 것이다. ‘죽음이 다가온다(Death approaches)’ 게임 ‘하데스’에 나오는 캐릭터인 타나토스의 등장 문구가 떠오른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은 가고 있는데 문체부 제외 나머지 부처들은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사회적인 합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 수 년 째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통계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정부 측 답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국무조정실이나 기재부, 통계청은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국내 여건과 상황을 감안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표준분류체계를 작성,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ICD 수록된 질병코드가 KCD에서 제외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통계청 서면답변으로도 확인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 답변은 통계법 제22조 제1항의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

[제22조 제1항, ‘통계청장은 통계작성기관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통계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산업, 직업, 질병, 사인 등에 관한 표준분류를 작성, 고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통계청장은 미리 관계 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
이 내용을 이번 이슈에 대입시켜 보자면 ‘ICD를 기준으로 KCD를 작성, 고시해야 한다’라고 해석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질병의 표준분류에 있어 상위 개념으로 전 세계 질병의 표준분류가 있기 때문에 이를 따라야 한다’라는 말이 된다. 따라서 ICD-11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도 KCD-10에 등재될 것이 거의 확실시돼 보인다. 그럼에도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국무조정실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울러 국무조정실이나 기재부와 통계청에서 말하는 ‘현재도 국내 여건을 고려해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은 말장난 수준이다. 이는 국내 여건을 고려하여 ICD의 질병코드를 삭제한다는 뜻이 아니라 ICD의 질병코드의 내용 일부를 수정하거나 내용을 추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ICD의 질병코드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삭제돼 적용된 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 수렴을 하더라도 게임이용장애 내용 일부가 수정될지언정 이 질병코드 자체가 KCD에서 빠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불어 그들의 주장에는 어폐도 있다. 현행법상 조문으로도 국내 여건을 반영해 운영 중이라면, 그 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보다 명확하게 법 개정을 하려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 개정안에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앞뒤의 말이 맞지 않다.

그렇다면 국무조정실 주장처럼 우리나라가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통계 분류를 따라가지 않으면 한국과 국제 표준 간의 괴리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WHO에서 만드는 ICD는 회원국 대상으로 ‘강제’가 아니라 ‘권고’사항이다.

또 UN 경제사회이사회에서도 ‘국제통계분류는 각 회원국에 대한 권고 사항’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하는 것(현행)에서 ‘참고’하는 것(개정)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국제표준분류와 전혀 다른 분류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괴리(乖離)’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괴리라는 단어는 사전상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ICD-11의 수많은 질병코드 중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하나가 삭제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질병표준분류가 국제질병표준분류와 괴리된다고 볼 수 없다. 이런데도 정부는 법 개정에 반대하고만 있다.

게임 과몰입 현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게임과몰입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고, 게임업계에서도 ‘게임과몰입힐링센터’를 전국 곳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과몰입을 인정하는 것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질병코드 등재로 인한 사회적 파장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늘 ‘게임이 컨텐츠 산업 수출의 60~70%를 차지한다’고 자랑처럼 말해왔다. 그렇다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우리 경제에 끼칠 여파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 2022년 콘진원 의뢰로 진행된 연구의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2년간 총 8조8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8만39명의 취업 기회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치가 나온 바 있다. 그러니 기재부와 통계청은 통계법 개정안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입장만이 아닌 다각적인 검토를 하길 바란다.

/정리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