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만드는데 비용 기하급수적 증가
반도체 장비 역시 '빅5' 점유율 높아져
국내 팹리스·소부장 규모서 밀려 고전
유기적 지원 위한 컨트롤타워 필요해
산업부총리 만드는 것도 방법
M&A로 규모 갖추고 해외로 나가야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임영진 저스템 대표(왼쪽부터). 각사 제공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설계(팹리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지원을 위한 정부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이 제각각 지원 중인 팹리스, 소부장 지원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팹리스 업계는 우리나라 팹리스 경쟁력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을 지낸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는 "반도체 하나 설계하는데 들어가는 자금이 과거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이 과정에서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자금력과 기술력 등이 부족해 중간에 중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팹리스 대표는 "우리나라 팹리스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거래처에 특화된 반도체 위주로 만들고 의존도 역시 높다"며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주지 않기 때문에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소부장 역시 해외 경쟁사들과 비교해 자본력과 기술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반도체 공정이 나노미터(㎚, 10억분의 1m) 수준으로 미세화 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데 결국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해외 업체들이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른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하는데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우리나라 장비기업들이 글로벌 표준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공정 위주로 활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팹리스, 소부장 업체들이 지속성장하기 위해 내수시장 위주에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업체들이 해외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대등한 경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주도 하에 유관 부서 간 연구·개발(R&D)과 함께 해외시장 진출 등을 유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서규 대표는 "대학에서 연구한 성과가 업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관 부처가 함께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업부총리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넥스트칩 대표)은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도체과가 있는데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장 입지와 전력 공급 등에 주력하며, 팹리스와 소부장에는 여력이 부족해 보인다"며 "반도체실을 만든 뒤 팹리스과와 소부장과를 신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영진 저스템 대표는 "우리나라 팹리스, 소부장 현실을 숫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현재 반도체 장비 국산 비중 20%라면 목표를 50%로 잡고 달성 여부와 함께 안 되는 이유 등을 정부와 수요업체, 장비기업이 모여 협의하고 해결할 방법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전문가는 팹리스, 소부장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회장은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은 M&A를 통해 성장한 사례"라며 "우리나라 팹리스 업체들 간 M&A를 진행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야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웅 대표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장비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지원한다"며 "우리 정부도 기초기술을 포함해 오랜 기간 팹리스와 소부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업체들 간 M&A를 통한 대형화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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