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까지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그린벨트 내에서도 환경평가등급 1~2등급 제외, 사유지 주민 반대, 수조원 상당의 토지보상금과 재원마련 등 산넘어 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공급 효과가 나타나는 분양 시점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그린밸트 해제 권한은 국토부 장관과 지자체장이 갖고 있다. 개발제한구역법 기준으로 수도권 시도지사는 30만㎡(0.3㎢), 비수도권 시도지사는 100만㎡(1㎢) 이하의 그린벨트만 해제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의 면적은 국토부에 해제 권한이 있다. 해제 시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청취 절차를 거친다. 사실상 주민과 의회의 반발에 직면할 경우 이를 설득하고 대안 마련하는 작업이 필수적인 셈이다.
어디를 해제할지도 문제다. 그린벨트 내 5개로 구분되는 환경평가등급 중 1등급에 가까울수록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개발제한구역의 조정을 위한 도시·군관리계획 변경안 수립지침'에 따르면 해제 대상지 기준에 대해 "환경평가등급이 1~2급지를 제외한 지역"이라고 명시됐다. 원칙적으로 1~2급지는 그린벨트 해제가 어렵다. 다만, 해제 대상에 1~2급지를 포함하는 경우 해당 지역 또는 그에 상응하는 면적을 공원·녹지로 추가 확보하면 가능하다. 이 경우 추가적인 규제 및 재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그린벨트는 1~5급지가 섞여있어 개발계획 수립도 복잡해진다. 지난 2월 국토부는 규제혁신방안 일환으로 비수도권 1~2등급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면서도 대체지 지정을 조건으로 걸었다.
정부 입장에선 재원 부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린벨트 내 토지는 국유지, 공유지(시유지·구유지), 사유지로 나뉜다. 공유지도 정부가 지자체에 사유지에 준하는 수준의 토비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사유지 경우 LH, SH 등 사업시행자와 소유주인 주민 간 토지보상금 협의 과정이 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토지수용위원회' 의결을 통해 강제수용하게 된다. 토지보상금은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책정되는 만큼 오는 11월 발표예정인 1만가구 규모 해제 후보지 확보를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가 해제한 서울 그린벨트 규모(서초구 내곡동 등 총 5㎢, 약 4만100가구)를 현 시점에서 보상 비용을 따져보면 공시지가만 수조원에 달한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공시지가 '표준지'(총 85곳) 중에서 내곡 IC 인근 그린벨트 15곳(전·답 5곳, 대지 6곳, 잡종지 2곳, 임야 2곳)의 올해 평균 공시지가는 ㎡당 217만2453원이다. 이를 5㎢으로 적용할 경우 공시지가만 약 10조8622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전국 그린벨트 내 평균 사유지 비율' 61%(필지 수 기준)를 적용하면 5㎢ 내의 사유지의 공시지가는 약 6조6259억원 규모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현 정부의 1만가구 이상 계획을 감안하면 4분의 1수준인 1조5000억원의 토지보상 비용이 확보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린벨트 해제하면 시세는 오를 게 자명해 땅주인들과 갈등이 우려된다. 실제 3기 신도시 하남교산은 지난 2018년 12월 후보지로 선정되고도 토지보상 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아직까지 첫삽도 못떴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후 이르면 오는 2030년부터 분양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걸릴 것으로 봤다. 고준석 연새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토지보상이나 토공 작업, 시공사 분양 등 절차가 많아 실제 공급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며 "무엇보다 예산 문제가 가장 크다. 그린벨트 내에는 사유지가 많아 어떻게 이를 보상할지를 정해야한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연지안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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