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섭 산림청장
올해도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6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및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더니 최근 미국에서는 1억명 넘는 인구가 폭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지속되는 무더위에 지친 시민을 위해 얼음목욕 신기록에 도전하는 이색 이벤트가 펼쳐지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7월 25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과 그 원인인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66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한 지난 6월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빈도와 강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10일이던 연평균 폭염일수가 최근 10년 새 14일로 증가했다. 기후위기 시대 폭염은 이제 일상의 재난이 됐다.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폭염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함께 장기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그 대책 중 하나는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뜨거운 햇빛 아래 도심의 거리를 걷다 보면 가로수 그늘이 간절해지는 데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바로 도시에 나무와 숲을 늘리는 것이다.
도시숲은 폭염과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숲의 나무는 증산작용을 통해 도심의 열을 식히고, 그늘 효과와 지면의 반사열을 줄여 기온을 낮춘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도시숲은 주변 도심 지역보다 지역에 따라 3도에서 7도까지 기온을 낮출 수 있으며, 가로수 및 하층숲은 보도 내 온도를 4.5도까지 저감해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한여름 열대야를 피해 숲과 공원을 찾는 이유다.
폭염에 더욱 촘촘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숲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문가 그룹 논의에 기반해 '모든 가구가 300m(도보로 약 5분 거리) 이내 최소 0.5㏊의 녹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큰 규모의 도시숲뿐만 아니라 소규모 유휴지를 쌈지숲이나 정원으로 조성해 시민이 동네에서도 더위를 피해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림청은 기후변화에 대한 도시의 적응력을 높이고, 도시숲에 대한 지방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전국 도시생활권 및 주변 지역에 5618곳의 숲을 조성했다. 그 덕분에 일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도 2005년 6.6㎡에서 현재 11.5㎡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도 도시열섬과 폭염 완화, 탄소흡수, 미세먼지 차단 등 기후위기 대응과 도시민의 건강증진 및 휴식을 위한 숲을 195곳에 조성하고 있으며 도시 외곽 산림의 맑고 찬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바람길숲도 19개 도시에 조성 중이다.
아울러 도시숲은 새로운 탄소흡수원임을 주목해야 한다. 산에 있는 나무를 심어 탄소흡수력이 높아지도록 경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 생활권 빈 공간에 나무를 심어 숲으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도시숲은 도시의 열섬 완화도 하면서 탄소를 흡수해 온실가스 감축목표에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산림청은 국토녹화의 성공으로 푸르러진 숲을 잘 가꾸고, 보전·복원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11%를 충당할 계획이다.
50여년 전 국토녹화가 그랬듯이 도시녹화는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자 투자라는 생각으로 도시숲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산림청은 최근 국민 추천을 받아 생태·경관·사회·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전국의 '아름다운 도시숲 50선'을 발표했다. 시민들이 이들 숲을 찾아 더위를 피하고 산책도 하며 올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상섭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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