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쌍중 3.5쌍이 헤어지는 韓 현실과
시청자 노령화로 관련 예능 우후죽순
'이혼할 결심'·'이혼숙려캠프' 등 화제
연예인 부부 출연 다양한 사례 보여줘
"비혼·졸혼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
MBN '한번쯤 이혼할 결심' / 사진=뉴스1
요즘 방송가가 이혼에 빠졌다. 이혼전문 변호사가 직접 대본을 쓴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 7회가 지난 17일 전국 17.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화제몰이 중인 가운데, 이혼 소재 예능 JTBC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과 MBN '한번쯤 이혼할 결심'이 지난주 정규 편성돼 나란히 첫 방송됐다. 한 유튜버는 아예 가정법원에 나가 이혼 사유를 묻는 동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이혼변호사 64%나 늘어…노령화된 TV시청자
이혼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현실의 반영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9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9위, 아시아 1위를 찍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올해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이혼율이 "체감상 35%"라고 했다. 통계에 안 잡히는 혼인신고 안한 부부를 포함하면 대략 10쌍 중 3.5쌍이 이혼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혼 전문 변호사가 2021년 517명에서 2024년 851명으로 64%나 늘어났다는 대한변호사협회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방송에서 이혼 콘텐츠가 늘어난 데는 리얼리티 예능 트렌드 지속과 TV 주요 시청자의 노령화와 유관하다. 이혼 예능의 물꼬를 튼 프로그램은 2020년 시즌1이 방송된 TV조선의 '우리 이혼했어요'다. 2012년 첫 방송된 '우리 결혼했어요'를 패러디한 제목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TV조선은 지난 7월 이혼 소송 중인 이윤진·최동석 등이 출연한 '이제 혼자다'를 편성하기도 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2년째 방영 중인 가운데 이제는 위기부부가 이혼을 가상 체험하고 있다.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은 위기 부부들이 캠프에 합숙하며 이혼 조정 과정을 가상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라면, '한번쯤 이혼할 결심'은 가상으로 이혼을 경험하는 관찰 예능이다. '이혼숙려캠프'를 연출한 김민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P는 "솔루션을 통해 위기 부부들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했다. MC로 합류한 '돌싱' 서장훈도 "여러 사람의 생각을 통해 (캠프 합류 세 부부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 '굿파트너' 포스터 / 스튜디오앤뉴 제공
■이혼 콘텐츠, 사례와 솔루션 중심으로
파일럿에 이어 정규 방송에도 합류한 '한번쯤 이혼할 결심'의 요리연구가 이혜정은 지난 16일 제작보고회에서 가상 이혼 체험 후 부부의 삶에 변화가 일었다고 했다. 남편 고민환의 외도로 고통받은 그는 "(방송 덕에) 우리 부부의 삶의 형태를 알게 됐다"며 "나만 무조건 당하고 산다는 억울한 마음이 있었는데, (TV 속) 나도 만만찮더라. 또 너무 절약하는 남편의 모습을 이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변화를 짚었다.
'한번쯤 이혼할 결심'에는 기존 정대세·명서현 부부에 이어 마약 파문 후 부부관계가 악화된 로버트 할리·명현숙 부부, 20억원대 사기 피해를 입은 전 야구선수 최준석·어효인 부부가 새로 합류했다.
윤세영 PD는 "정대세, 최준석 아내의 이야기에 저도 함께 울었다"며 "가상 이혼이라는 설정만 주지 행동 지시가 전혀 없다. 이 시대 다양한 세대, 부부들의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파트너'에서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는 스타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장나라)에게 묻는다. "부부는 뭘까요?" 그러자 차은경은 이렇게 답한다. "가족이 되어버린 남?" 개인의 삶이 중시되면서 가족이 된 남들끼리의 공동생활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이혼숙려 캠프: 새로고침' 제작발표회 / 사진=뉴시스
이재원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는 이혼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이혼을 터부시하던 과거와 달리, 비혼, 졸혼까지 다양한 혼인 유형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시청자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며 "결혼 생활을 원만히 유지하는 가정이라도 부부간 고충은 있다"고 짚었다.
또 "'굿파트너'는 이성적인 차은경과 감성적인 한유리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혼의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는 모습에서 이혼을 이분법적 선악 구도로 바라보지 않게 해준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혼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이혼 사례와 솔루션 중심으로 접근하는 이혼 콘텐츠가 시청자의 설득력과 공감을 산다"면서도 "다만, 이혼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예능 포맷으로 풀어내는 것이 바람직한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흥미 위주로 이혼 사유인 불륜 등이 남발된다든지 아직 이혼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연예인이 출연한다든지 예능이라는 포맷이 이혼 소재와 적절한가, 그 딜레마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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