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걸작 '오텔로' 25일까지
예술의전당·英로열오페라하우스 협업
세계적 성악가 테너 이용훈 주연으로
오케스트라·합창단 등 80명 무대 올라
사랑·질투·의심… 인간의 내면을 노래
오페라 '오텔로'에서 오텔로 역을 맡은 테너 이용훈(앞쪽). 예술의전당 제공
승리와 사랑을 거머쥐었으나 간교한 이간질에 속아 질투와 의심, 분노에 사로잡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에 이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는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 심리극이라 할 만했다.
세계적인 성악가 이용훈은 지난 18일 예술의전당이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협업해 만든 두 번째 오페라 '오텔로'에서 수많은 전쟁에서 공을 세운 베니스의 무어인(이슬람계인) 오텔로를 풍성한 감정 연기와 단단한 노래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했다. 특히 1막에서 오텔로와 데스데모나가 함께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 '밤의 어둠속에 모든 소음은 사라지고'는 온갖 사회적 편견을 딛고 전쟁영웅이 된 오텔로에게 데스데모나의 사랑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함축적이면서도 절절하게 전달하며 이 작품을 한편의 비극적 러브스토리로 각인시켰다. '한번 더 키스를...'이라는 가사는 4막에서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뒤 다시 등장해, 가장 아름다운 순간과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 오버랩되는 극적 구성을 완성한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담아낸 무대는 빛과 어둠을 대비시킨 듯 다소 어둡고 단순하게 꾸며졌다. 대신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음악과 80여명이 참여한 노이오페라 코러스의 합창 그리고 주역 가수들의 밀도 높은 노래가 사랑과 질투, 의심과 분노, 절망과 슬픔 등 감정의 파고를 드라마틱하게 넘나들며 심리적 스펙터클을 연출했다. 시작부터 휘몰아치는 폭풍우 장면의 경우 베르디 오페라에 정통한 카를로 리치가 이끈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합창이 어우러졌다면, 악인 이아고가 자신의 신념을 관객에게 방백으로 전달하는 '크레도'(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는 오직 이아고 혼자 무대를 장악하며 심연 속 격랑을 연출했다.
또 이아고와 대비되게 순수한 존재인 데스데모나는 2막에서 마치 빛의 가운데서 천상의 아름다움을 뽐냈는데 이 장면에선 CBS소년소녀합창단의 활약이 돋보인다. 4막 무대 역시 데스데모나의 결백을 상징하듯 하얀 무대가 펼쳐졌고, 연민을 자아내는 어리석은 남자 오텔로의 돌이킬수 없는 선택이 붉은 피로 표현됐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1막과 4막에서 수미상관을 이루는 키스는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라며 "이 죽음을 오텔로의 입장에선 불행이나 벌이 아닌 행복이며 완성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더블 캐스트로 21~22일, 24~25일에도 계속된다. 이용훈과 함께 오텔로를 연기하기로 한 테너 테오도르 일린카이는 건강상의 이유로 마르코 베르티로 교체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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