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학계 간담회
“불공정 합병 등 주주이익 침해 사례 반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줄곧 주장해왔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일반주주를 포함시키는 상법 개성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학계 간담회’에서 “상법 학계에서 회사와 주주이익이 동일하며 충실의무 대상인 회사에 주주이익이 포함돼있다는 견해가 다수”라며 “하지만 일부 회사들의 불공정 합병, 물적분할 후 상장 등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상법은 ‘회사’만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주주가 일반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되레 위배되는 결정을 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어온 데 따른 주장으로 이 원장은 일관되게 상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상법 개정 관련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추진을 일단 보류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이날 “투자자 및 자본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자본시장 감독기관인 금감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고 소관부처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6월 14일 ‘상법 개성 이슈 브리핑’에서도 “개별 의견을 내는 게 혼란을 초래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정부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방법으로써 필요하다”며 “정부 의견이 정해지면 누구보다도 이를 강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은 배임제 폐지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의견도 유지했다. 이날엔 직접 ‘폐지’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배임죄 등 형사적 이슈로 번짐으로써 경영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단 우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지배주주의 낮은 지분율, 낮은 배당, 빈번한 일반주주 주식가치 침해 등 국내 기업지배구조 특수성을 꼬집으며 이 같은 요인들이 밸류업 프로그램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개별적 규제방식보다 원칙 중심의 근원적 개선방안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학계 상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법상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는 당연함에도 일부 판례에서 이를 부정하고 있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선 이를 명시하는 것이 유의미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반대로 “회사와 이사 간 위임의 법리 등 회사법 체계를 고려할 때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대 주장도 있었다.
이사의 책임 제한 관련해선 “배임죄의 지배주주 견제 기능 등을 감안할 때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특별배임죄 폐지 등을 통해 형사책임을 민사 책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같이 나왔다.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는 △이사의 충실의무와는 별도 조문을 통해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를 규정 △주주 간 이해상충 상황에서 준수해야 할 공정성 확보 절차를 명확히 규정화 △불공정 비율 합병 관련 합병유지청구권·합병검사인제도 도입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시 부당결의 취소의 소 제기 허용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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