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항공기 빌려 쓰는 LCC
글로벌 리스사에겐 '乙'로 불리
국내 항공기 리스시장 형성안돼
국가적 협의체 등 정책지원 필요
에어로케이와 칼라일에비에이션의 분쟁은 올해 들어 항공업계가 본격적인 여객수요 회복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금력이 낮아 리스(임대) 위주로 항공기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국내 LCC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적 협의체 등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사·리스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
22일 업계에 따르면 LCC와 항공기 리스사 간의 가장 큰 문제는 공정하지 않은 계약 관계가 꼽힌다. 계약서에 LCC 입장에서 불리한 조항들로 인해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어로케이는 칼라일에비에이션과의 계약 내용에 임대료 지급이 3영업일을 넘어가게 되면 디폴트(부도처리)가 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해 항공기를 빌려 쓰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리스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미 항공기를 리스했더라도 대응할 수 없는 사태로 인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가항력 조항이 없어서 임대사의 요구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에어로케이는 아직까지도 소송을 통한 칼라일과의 극한 대립보다는 원만한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
미납 임대료 지급 등 정해진 금액을 주는 건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인도받지 못한 2, 3호기의 보증금을 돌려받고 절차에 따라 서로 간의 금액부분을 상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거 다른 나라에서 칼라일이 항공사에 제기한 유사한 소송에서도 법원이 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던 만큼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법원은 프런티어 에어라인과 칼라일 간 리스료 반환 소송에서 프런티어 에어라인의 손을 들어줬다. 코로나19 당시 구두합의를 어기고 임대계약을 종료한 칼라일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로, 에어로케이와 유사한 사례다.
■정부 차원 항공기 리스산업 육성 고려해야
항공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항공기 리스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산업의 성장으로 글로벌 항공기 리스 시장은 올해 1951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에는 3175억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제대로 된 항공기 리스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던 미래에셋그룹이 항공기 리스 산업 진출을 추진하다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유야무야되기도 했다.
2020년에는 항공사와 정부, 학계가 모여 항공산업 발전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항공기 구입 시 차입금과 운영리스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휘영 인하공전 교수는 "국내 대부분의 LCC가 리스를 통해 항공기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정책보증이나 별도의 기구를 설립하는 형태로 보증해 리스료를 낮추고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LCC가 국내 항공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큰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항공 리스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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