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정례회의 참석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삼성그룹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은 26일 삼성의 한국경제인협회 회부 납부 여부에 대해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끊을 인적 쇄신이 됐는지 근본적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 참석 전 취재진과 만나 "정경유착을 근본적으로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4대그룹 중 현대차, SK는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기로 한 반면 삼성과 LG는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한경협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특별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회장 직무대행에 앉힌 사례를 거론하며 비판했다. 한경협이 거물 정치인 출신 김 전 직무대행을 임시 수장으로 임명했을 뿐 아니라 직무대행에서 물러난 뒤에도 상근고문직을 맡기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위원장은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 아니라, 임기 후에도 계속 남아 (한경협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 지에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다"고 했다. 삼성의 회비 납부 전제조건으로 김 전 직무대행의 용퇴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저희가 (회부 납부를 위한) 여러 의견들을 이미 제시를 했었고, 한경협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한다"면서 "한경협이 앞으로 국민과 기업을 위한 단체로 활동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경협의 특정한 자리가 정경유착의 전리품이 돼서는 안 된다. 이번 만이 예외가 아니라 여야를 바꾸더라도 항상 그런 자리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한 번의 원칙이 무너지는 예외를 두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원칙을 다시 회복하려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삼성 준감위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회비 납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준감위는 철저하게 중립성을 보장받으며 활동해왔다. 삼성이 준법경영을 철저하게 정착시키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며 "삼성과 (회비 납부에 대해) 아무런 의사 교환이 없고, 준감위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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