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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미 예견됐던 티메프 사태

[기자수첩] 이미 예견됐던 티메프 사태
정상희 생활경제부
온갖 신조어가 난무하는 세상이라지만 '티메프'란 단어를 전 국민이 알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 이커머스 1세대의 신화적 인물,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싱가포르 현지에서 큐텐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구영배 대표가 국회에 선 모습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티몬과 위메프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사건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지나고 보니 이 엄청난 쓰나미의 전조가 아예 없었던 게 아니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을 2년 만에 사들인 큐텐그룹은 지난해부터 수십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정산 지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인해 불거진 게 아니라 이미 1년 전 당시 이를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계속해서 사들이는 구 대표에 대해 G마켓 창시자이니만큼 무언가 구상이 있을 것이라고, 이들을 묶어 '티메파크'라고 부르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을 때도 그 이면엔 위기가 있었다. 큐텐그룹이 사들인 티몬과 위메프는 수년째 적자가 누적돼 자본금보다 손실금이 더 큰 자본잠식 상태였다. 인터파크커머스 지분은 주식매매계약만 체결했을 뿐 매각대금 대부분을 지급하지도 않았다.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를 사 모으고 외형만 불려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했다는 것은 사태가 발발한 뒤의 공허한 지적이 됐다.

본격적으로 티메프 사태가 발발하기 보름 전인 7월 초에는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와 티몬의 캐시 할인판매가 같은 날 발생해 큐텐그룹 자금 융통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때부터 본격 붕괴는 시작되고 있었는데, 당시 티몬과 위메프의 공식 입장은 정산 지연이 아닌 '전산 오류'였고, 현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캐시 할인판매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프로모션'으로 포장됐다.
티메프 내부 핵심관계자들은 이미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확실해진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합병을 통해 신규 법인을 세우고 판매자를 주주조합 형태로 참여시키는 공공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판매자들이 주주가 돼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판매자, 플랫폼, 고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이 구상을 믿어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남았을까, 구 대표 자신은 진심으로 믿고 있을까. 피의자 신분이 된 구 대표의 말보단 피해를 본 판매자와 소비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관심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wonder@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