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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비싸고 재건축은 희망고문"… 준 신축 거래 몰렸다

신축 분양권 사자니 양도세 부담
재건축 분담금 치솟자 사업성 뚝
매매 톱10중 6곳 준공 10년 이하
신축 다음으로 가격 상승률 최고

#.신혼부부 A씨는 두달째 주말이면 아파트 임장을 다니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000건을 돌파하면서 내집마련 열기가 커지자 부랴부랴 소형 평수 아파트를 찾고 있다. 전용 60㎡ 3룸을 찾지만 서울 신축 대부분이 10억원을 넘는다. 저렴한 노후 아파트로 눈을 낮췄지만 태어날 아이를 위해 초등학교가 있는 '초품아'를 포기하긴 쉽지 않다. 적당히 낡고 갖출 건 갖춘 10년차 단지를 살피는 이유다.

"신축 비싸고 재건축은 희망고문"… 준 신축 거래 몰렸다

준공 10년 이하 '준 신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신축은 몸값이 이미 높아졌고 재건축은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준 신축에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시장에서도 준 신축 경매 물건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는 분위기이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연령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변동률을 합산하면 신축을 제외하면 준신축이 가장 많이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5년이하 3.63% △5년초과~10년이하 2.95% △10년초과~15년이하 2.82% △15년초과~20년이하 1.65% △20년초과 1.22% 등이다.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에 근접한 20년초과 노후 단지 보다 준신축이 2배 이상 많이 오른 셈이다. 서울 아파트 대다수인 약 75%는 준공 15년 초과 단지다.

올해 가장 매매거래가 많은 서울 아파트 10곳 중 6곳이 '준공 10년이하' 단지다. 5년이하 신축 2곳을 빼도 4곳이 준 신축이다. 아실에 따르면 금일 기준 △1위 송파구 헬리오시티(273건, 2018년 준공) △3위 강동구 고덕그라시움(202건, 2019년) △4위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165건, 2014년) △5위 양천구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159건, 2020년) △6위 고덕아르테온(149건, 2020년) △7위 서대문구 DMC파크뷰자이(136건, 2015년) 등이다.

부동산 업계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과 거래 증가가 맞물리면서 준 신축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신축 아파트값 상승폭이 가장 높은 상황에서 '신축 프리미엄'이 빠진 준 신축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신축 값어치와 밀접한 분양가 및 경쟁률이 고공행진 중인 점도 이유다.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37.6%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5.8대1이다.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갈등 여파로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에 사업진척이 난항을 겪는 곳도 많아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예전에는 신축과 재건축 단지만 비쌌는데 준 신축도 수요가 커졌다"며 "신축이 희귀한데다 신축 매수를 위한 분앙권·입주권은 양도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이상 재건축 단지는 수요가 높은 강남권의 경우 가격이 비싸 실수요자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선 준 신축 물건에 응찰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19일 법정경매에 나온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에는 응찰자 24명이 몰려 24억777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 101%이다. 지난 6일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114㎡는 23억240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05.2%, 응찰자 26명이 몰렸다. 지난달 30일 서대문구 디엠씨센트럴아이파크(2018년 준공) 전용 84㎡는 11억8030만원에는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20명이 입찰에 나서 낙찰가율(101.8%)은 100%를 넘어섰다.

황규석 비전법률경매 대표는 "신축 경우 채권채무 관계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드물어 최소 준공 후 3년 후부터 경매에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며 "경매 상담을 하는 실수요자들 차선책으로 준 신축을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매시장에서 투자자보다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어 준 신축 인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