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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아시아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실망감이 반도체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진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반도체주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추가적인 낙폭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14%, 5.35% 하락했다. 장 초반부터 17만원선 밑으로 밀리던 SK하이닉스는 이날 16만9700원에 장을 마치며 17만원선을 지키지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속출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를 각각 3356억원, 163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이들은 SK하이닉스도 각각 1353억원, 1108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이외에도 한미반도체가 전장 대비 9.45% 급락했으며, 미래반도체(-6.08%), 제주반도체(-4.46%), 이오테크닉스(-2.78%) 등이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의 주가 폭락이 반도체주를 일제히 끌어내렸다. 엔비디아는 2·4분기 ‘깜짝 실적’을 선보였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8%까지 급락했다.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다. 2·4분기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미리 반영된 점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엔비디아 쇼크는 일본 반도체 기업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도쿄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도쿄일렉트론은 1.76% 하락했고, 스크린홀딩스와 디스코도 각각 2.84%, 2.60% 떨어졌다. 레이저테크(-1.48%), 코쿠사이 엘렉트릭(-2.26%) 등도 하락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변동성은 확대되겠지만 반도체 업황의 견조한 방향성은 유효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의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았을 뿐 실적 성장과 인공지능(AI) 사이클은 변함이 없다고 판단한다.
다올투자증권 김영민 연구원은 “최근 확대됐던 AI(인공지능) 수요에 대한 우려와 달리 이번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견조한 방향성이 확인된 발표였다”며 “국내 생산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 확대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며, AI 업황의 고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낙폭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그동안 경기 민감주로 수급이 분산되는 로테이션 장세가 지속되어왔기 때문에 반도체의 낙폭은 제한될 수 있다”며 “AI 수요는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점과 엔비디아의 4·4분기 신제품 매출 인식 예정, 500억달러 자사주 매입 승인 등을 고려하면 성장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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