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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철회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증권가에서는 해당 사안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며 두산로보틱스가 모회사가 되면 투자자들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모회사 로보틱스? 소액주주에도 기회"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철회를 결정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인적분할 이후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가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은 그대로 진행하게 된다.
KB증권 정동익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입장에서는 대주주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바뀌는 이벤트로 전환됐으며 최대주주 변경 외의 다른 변화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되면 소액 주주들에게도 기회가 열릴 거란 주장도 나온다. 상장폐지를 면한 두산밥캣에 대해 최대주주인 두산로보틱스의 고배당 유인이 큰 것은 일반주주들에게 긍정적이라는 이야기다.
정 연구원은 "최대주주가 되는 로보틱스가 충분한 매출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구개발(R&D)·설비투자(캐펙스·CAPEX) 욕구가 크고,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에 이관되는 차입금 7177억원을 떠안게 되기 때문에 견조한 현금흐름을 지닌 밥캣으로부터 고배당을 수취할 동기가 크다"라고 분석하며 이는 (밥캣) 소액주주들에게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 가만 있을까
그러나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사업 측면에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시너지가 발휘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동의와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규모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 이한결 연구원은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인적분할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 자회사였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인적분할 반대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주주들의 동의 중요한 셈이다.
정동익 연구원은 "시장 하락과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로 대상 기업들의 주가가 매수청구가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최근 SK그룹 사례에서 보듯 소액투자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인위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부정적 기류도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환경 안 좋고 오버행 이슈도
시장 환경도 좋지 않다. 고금리 장기화와 강달러 지속에 따른 불안정한 거시경제 환경으로 건설장비의 수요개선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완만한 속도로 회복세가 예상되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수요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한결 연구원은 "흡수합병 공시가 나온 지난달 11일 이후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실망감에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두산밥캣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저평가 구간으로 판단한다"며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으로 목표주가는 6만6000원으로 내린다"고 말했다.
또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도 존재한다. 정동익 연구원은 "로보틱스가 향후 밥캣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차입금 상환 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경우 오버행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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