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니아·해거드 대담
인간과 AI 구분 문제 중요해져
홍채 고유성 활용해 개인 식별
160개 넘는 국가서 월드ID 사용
몇년후 ‘X·메타’ 주사용처 될것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AI월드 2024'에서 알렉스 블라니아 월드코인 공동창업자(왼쪽)와 핸리 해거드 정책 및 전략 고문이 기조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국은 전 세계 기술강국 중 한 곳이자 아시아를 이끌어가고 있는 나라다. 한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알렉스 블라니아 월드코인 공동창업자(TFH 최고경영자)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4'의 기조대담자로, AI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블라니아 창업자는 "한국은 우수한 사람이 많을뿐더러 한국 정부도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해 매우 진취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TFH는) 한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 사무소도 개소하는 등 한국시장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직속기관인 개인정보위원회가 월드코인의 생체정보 수집 및 이용과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블라니아는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와 TFH를 공동설립했다. "미래에는 사람과 AI를 구분하는 문제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인간을 증명해주는 도구로 홍채정보를 수집하고, 그 대가로 월드ID와 월드코인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7월 정식 발행 당시 월드코인은 '챗GPT 아버지'로 불리는 올트먼이 만든 가상자산으로,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재 월드ID 사용국가는 160개국 이상으로, 인증 수는 656만8557개에 달한다. 다만 홍채정보라는 개인정보 수집과 국외이전이라는 문제 등으로 인해 현재 한국, 유럽 등지에서 이와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는 이날 헨리 해거드 월드코인 정책 및 전략고문과의 대담에서 "우리는 AI시대에 한 사람이 인간임을 인증해주는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하며 "AI가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SNS에 글을 올린다면 '과연 인터넷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홍채인식 기반의 월드코인을 창립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AI가 '인간인 척'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부분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수백개의 온라인 계정을 만들어 선거판 여론을 조작하는 등 '인간 행세'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블라니아 창업자는 홍채정보를 주목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인간 개개인의 고유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 동시에 수백만명에게도 확장 가능한 시스템이냐, 100% 익명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기준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4년 반 전 창립 당시만 해도 이런 얘기들이 공상과학영화 같아서 투자를 받는 게 어려웠으나, 인간의 고유성을 식별해줘야 한다는 사명과 믿음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를 100이라고 한다면, 지금 아직 5밖에 오지 않았다"면서 "엔지니어링 등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당국, 전문가, 싱크탱크 등과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블라니아 창업자는 "현재는 게임·크립토 회사들이 월드ID를 사용하고 있지만 1∼2년 뒤에는 엑스(X·옛 트위터), 메타 등 SNS 회사들이 월드ID의 주요 사용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더불어 "월드코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오픈 플랫폼"이라며 "셀프 커스터디(보관) 원칙만 지켜진다면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을 사용자들이 추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개인정보위원회는 TFH의 생체정보 수집·이용과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TFH 측은 "한국 규제당국이 월드코인 기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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