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산책’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이슈와 투자정보를 엄선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서울의 모 은행 대출상담 창구.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9월 들어 대출이 갑자기 모든 이슈를 덮고 있습니다. 가계 대출 급등에 정부의 '대책' 아닌 '대책 발언'에 은행들이 각자 알아서 행동하면서 국민들의 혼란은 더 극심해지고 있는 데요.
발단은 부동산 가격입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늘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공급절벽에 금리 인하도 현실화 되면서 부동산 매수 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급작스런 주담대 규제...발단은?
가계 대출 문제가 계속되자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을 고려해 대출금리를 올려서 대응했습니다. 1금융권과 2금융권의 금리역전 기사도 나오고 때마침(?) '은행의 예대마진 폭이 커진다', '이자 이익이 역대 최대다'라는 기사도 나오게 됩니다.
심기가 불편해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권의 잇단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들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집값 개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가계 대출 관리의 필요성을 요구하면서도 대출금리 인상은 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금리를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은 줄여야 한다는 발언에 시중은행들이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주택자 대출 금지,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제한, 일시적 2주택 갈아타기도 제한 등 여러 가지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고, 급기야 지난 4일 이복현 원장은 실수요자 부담은 없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1주택자는 무조건 안 된다는 등의 정책이 당국과 공감대가 있었냐 하면 없다는 쪽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책이 아닌 발언...결국 피해는 국민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대책이 아닌 발언으로 생긴 혼란이라는 점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대출 규제가 심각했지만 이 정도로 혼란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정부가 먼저 'A는 된다. B는 안 된다. C를 해라'는 식으로 진두지휘를 했습니다.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적어도 이번과 같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와는 다릅니다.
신조어 가운데 '알잘딱깔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하라는 의미입니다. 금감원장 입장에서는 답답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방법’, 그리고 ‘실수요자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필자도 궁금합니다.
대출 규제가 옳고 그르고, 시장 안정에 효과적일지 여부 등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일단 규제를 하겠다고 판단했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잘 정리해서 발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구두발언만 있었고, 은행들이 알아서 잘 하라고 하니 이런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입는 게 안타깝습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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