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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투심...방향성 잃은 증시에 '꽁꽁'

얼어붙은 투심...방향성 잃은 증시에 '꽁꽁'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경기침체 불안감과 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주 약세 등 주식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증시 대기자금이 가파른 속도로 빠져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대기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최근 일주일 사이 순유출로 돌아섰다. 증시에 유입된 자금은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등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지난 4일 기준 197조16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200조2822억원 수준이었던 MMF는 5거래일 새 약 3조1000억원 자금이 이탈했다. MMF와 함께 대표 대기자금으로 꼽히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같은 기간 CMA는 88조815억원에서 83조8681억원으로 4조2134억원 줄었다.

MMF와 CMA는 증권사가 취급하는 단기 투자 상품이다. 통상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몰린다. 이들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 증시와 채권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경기 불안감, 반도체 관련 대형주가 휘청이면서 이같은 대기성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는 모습이다. 특히 시장은 미국의 8월 고용지표에 주목했다. 미 노동부는 6일(현지시간) 8월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14만2000건 늘어났지만, 월가 예상치(16만 건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고용 쇼크'란 말이 나왔던 7월(8만9000건 증가)보다는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7월 구인건수는 767만건으로 시장 예상치(809만건)를 밑돌아 2021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미국의 고용시장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구인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실업률도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증시에 유입된 자금도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 기관 투자자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연일 순매수하며 1113억원어치 담았다. 인버스는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하락장에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두배의 곱버스로 구성한 상장지수 펀드다. 급락장이 나타났던 지난 4일에만 468억원어치를 담았다. 최근 한 달 사이 최대 순매수 규모다.

반면 시장상승에 투자하는 상품은 발빠르게 털어내는 분위기다. 일주일 간 기관은 상승에 베팅하는 'KODEX 레버리지' ETF를 2031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 수익률의 두 배를 얻을 수 있다. 지난 4일에만 1080억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최근 한 달 중 가장 많은 순매도 금액을 기록했다.

고용 보고서를 비롯해 잇따라 경기 침체 불안감을 키우는 지표가 나오면서 당분간 투자심리는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달 예정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는 경계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현재 투자자들은 미국 경기가 얼마나 약한지를 테스트하고 있고, 경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9월 추석 연휴 직후인 FOMC 회의 전까지는 경제지표가 약하게 발표될 때마다 주식시장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코스피가 2500선 중반대까지 내려 앉으면서 기술적 반등이 전망하는 의견도 나온다.
또 오는 11일 공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투자심리의 반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FICC리서치부장은 "경기침체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반복된 공포심리로 인해 현재 글로벌 증시는 리스크 오프 시그널 정점권에 근접했다"며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CPI가 크게 둔화되면 경기침체 공포심리 후퇴와 물가 안정, 통화정책 등에 기대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