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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른 中企… "직원 상여금도 못줬다" [추석이 두려운 중소기업 (상)]

경기침체 길어지며 자금난 심화
25%는 "작년보다 사정 안좋아"
투자 늘린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
"정부 자금 공급 등 지원 늘려야"

돈줄 마른 中企… "직원 상여금도 못줬다" [추석이 두려운 중소기업 (상)]
#. 서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A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자금난에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권을 찾아다니며 호소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들어 현재까지 신간 8권을 출간했는데 이 중 수익 마지노선인 판매량 1000권을 넘어선 것은 단 한 권도 없었다. A씨는 "가뜩이나 출판업이 하향세를 보이는데 최근 소비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으면서 책 판매가 더욱 부진을 보이고 있다"며 "자금난에 대출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한다. 중소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을 기대했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고금리마저 이어지며 중소기업 상당수가 수익성 악화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석을 앞두고 전국에 있는 8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자금사정이 지난해보다 곤란하다'는 응답이 25.6%에 달했다. 전체 중소기업 4곳 중 1곳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자금사정이 원활하다'는 답변은 16.0%에 불과했다. 복수응답을 허용한 자금사정이 곤란해진 원인으로는 '판매·매출부진'(72.2%)이 가장 많았다. 이어 '원·부자재 가격 상승'(33.2%), '인건비 상승'(24.9%), '판매대금 회수 지연'(15.1%) 순이었다. 부족한 자금 확보방안으로는 '납품대금 조기회수'(41.7%)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대책 없음'도 23.5%에 달했다.

어려워진 자금사정에 추석 상여금마저 지급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도 절반을 넘어섰다. 중앙회에 따르면 상여금 지급계획이 있는 기업은 47.3%에 머물렀다.

중소기업 사이에선 업종을 불문하고 경영악화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진다. 특히 인력확보와 설비투자 등 경기회복에 베팅한 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경기침체 장기화에 수익성 악화 부메랑을 맞고 있다.

지방에서 전자부품 사업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인력채용을 늘리고 공장증설을 위한 설비투자도 단행했다. 하지만 예상만큼 전자부품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증가한 고정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B씨는 "현재도 공장 증설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예상치 못한 경기침체 장기화로 거래처로부터 들어오는 수주물량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다"며 "인력이 늘고 설비도 늘어났는데 매출은 조금밖에 오르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이벤트업을 운영하는 C씨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전시회가 잇달아 취소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C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인력을 늘렸지만 예상만큼 수주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C씨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긴 했지만 추석 연휴 이후 경영상황이 불투명해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추가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4곳 중 1곳의 중소기업이 추석 명절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추석 자금 40조원 신규공급과 같이 중소기업 자금애로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