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잘뽑은거 같아?” 심재학 단장 여유
“투수 11명 뽑을 각오도 하고 있었다”
“김태형 막판 부진? 금방 자기 감각 찾을 것”
“이호민 꼭 뽑고 싶었던 선발형 투수”
“양수호‧김정엽 우리까지 올 줄 몰라 꿈만 같아”
“박재현, 발빠르고 파워 좋고 센스까지 좋은 외야수”
“내년 이후 대비 올해가 정말 중요했다”
KIA 타이거즈가 1R 지명 선수로 김태형을 지명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의 표정과 권윤민 팀장, 그리고 김성호 스카우트의 표정을 전체적으로 밝았다. 심 단장은 기자에게 "어때? 우리 잘 뽑은 것 같아?"라면서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뉘앙스였다.
일단, KIA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고민을 덜었다. 선택권이 없어서 3명 중 내려오는 선수를 뽑으면 됐다. 김태형이든아 김태현이든 배찬승이든 상관이 없었다. 따라서 작년처럼 치열한 고민없이 2라운드 이후의 지명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대신 2라운드부터는 확실한 전략이 필요했다. TOP13이 워낙 공고하고 다른 팀이 좌완 투수와 내야수를 싹쓸이 하다시피 했기에, KIA 순번에는 100% 좋은 우완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KIA는 품귀 현상이 나타난 내야는 급하지 않았다. 그것이 KIA에게는 기회라면 기회였던 셈이다.
KIA 타이거즈 이호민.전상일 기자
KIA는 현재 권윤민 팀장이 프로야구 1군 운영팀과 스카우트 총괄 팀장이지만, 권 팀장은 1군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국내 스카우트 담당은 김성호 프로(이하 김 프로)가 조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권 팀장은 아마 내년에는 김 프로가 더욱 중요하고 많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 같다고 귀띔할 정도로 KIA 타이거즈에서는 핵심 인력이다.
김 프로가 밝힌 이번 드래프트 기조는 명확했다. 그는 “현재 우리 팀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아마 내년부터 드래프트가 많이 힘들 것이다. 그래서 올해 무조건 투수를 많이 쟁여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번에 투수 11명을 뽑을 각오까지도 했다”라고 말했다. 정말 명확한 컨셉이다.
KIA 타이거즈 김성호 스카우터는 현재 KIA의 국내 신인드래프트에서 사실상 팀장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인력이다.전상일 기자
김 프로는 “1R 태형이는 저학년때부터 봐왔던 친구다. 지금까지 한 번도 못했던 적이 없다. 올해 대통령배 이후 다소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팀에 오면 금방 자기 것을 되 찾을 것이다. 원채 감각이 좋은 선수다”라고 말했다.
이번 지명의 핵심은 이호민(전주고)이다. 이호민은 올 시즌 73이닝에 1.36의 기록을 남겼고 명문고열전 등 대회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이닝을 던졌다. 동료인 정우주만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적어도 고교 경기에서는 정우주보다는 이호민이 전주고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그만큼 고교 수준에서는 특급 선수로 평가받았다.
김 프로는 “작전을 짜다보니 순번을 아까워하면 우리가 원하는 선수를 못뽑고 차선의 선수를 가야하는 경우가 생기더라. 아깝다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원하는 선수를 뽑자는 마음에 이호민을 지명했다. 올 1년동안 73이닝을 던지는 동안의 꾸준함,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때의 팔 스로잉 편차가 없는 것이 높게 봤다. 선발 유형으로서 태형이와 호민이를 1~2번으로 가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즉 KIA는 선발 투수 유망주로 이호민과 김태형을 지목했다.
KIA 타이거즈 박재현은 사실상 이번 시즌 외야 최대어로 우뚝 서게 되었다.전상일 기자
위의 2명이 선발 자원이라면 양수호(공주고)와 김정엽(부산고)은 구원 자원에 가깝다. 양수호는 스리쿼터에 가깝지만 150km 이상을 무난히 던질 수 있는 강견이고, 김정엽은 위에서 거의 직각으로 내리 꽂히는 포심과 스플리터가 일품인 투수다.
김 프로는 “솔직히 우리한테 안 올 줄 알았다. 이 친구들이 4~5라운드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두근두근 거리면서 기다렷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원했던 픽 그대로 와서 그대로 와서 꿈인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 양수호는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이 주무기다. 전상일 기자
사실 KIA는 3라운드에서 야수를 뽑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 선수를 보며 생각을 바꿨다. 바로 박재현(인천고)이다. 박재현은 한화이글스배에서 홈런, 롯데 2군과의 경기에서는 김도규에게 홈런, 그리고 일본전에서는 선제 2루타에 이어 3루도루에 홈까지 쇄도하며 대만·일본전 14이닝 유일한 득점자로 기록되었다. 3루수도 가능하지만, 팔 스로잉이 예쁜 편이 아니라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한 외야가 더 어울린다는 평가다.
김 프로 또한 “향후 2~3년 뒤에 외야를 대비를 해야한다. 내년에도 외야자원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올해 계속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서 이 선수를 지명하게 되었다. 주력이 빠르고 파워도 있고 센스가 있고 감각도 좋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인드래프트 외야 최대어다.
KIA 타이거즈 제공
여기에 내야멀티플레이어이자 올해 전주고 2관왕의 주역인 내야수 엄준현이나 비록 순번이 많이 밀렸지만 한때는 상위지명 대상자로 꼽혔던 임다온(경기상고)을 8R·9R에 지명한 것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지명이라는 평가다.
KIA는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확실한 컨셉을 잡고 들어갔다. 우완 투수와 외야수. 특히, 반드시 투수를 쟁여놔야 한다는 생각은 단순하지만 명쾌했다.
강 팀은 신인드래프트에서 반드시 소외된다. 한국은 선수 풀이 넓지 않기에, 순번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드래프트 전략으로 1순위보다 10순위가 더 잘뽑기를 바란다는 것이 국내 환경에서는 어불성설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KIA 타이거즈는 내년 시즌 신인드래프트 '꼴찌 순번 강력 후보'다. 그런 측면에서 '보릿고개'를 걱정하고 미리 대비하는 KIA 스카우트팀의 지명 전략은 팬들에게 강한 설득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