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 관련설명회서 강조
국내 EDR 법적 신뢰성 문제없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옵션 권고
박성지 대전보건대학교 경찰과학수사학과 교수가 12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서 사실상 급발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준호 기자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안 나간다"며 사실상 급발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해결 방안으로 나온 '페달 블랙박스'에 대해서는 "조작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학교 경찰과학수사학과 교수는 12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서 "운전할 때 브레이크로 생각하고 밟은 페달이 엑셀일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해야 한다"며 "급발진 의심 사고를 보면 이런 경우가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16년 2월까지 16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2400여건의 교통사고 조사를 한 전문가다. 다만 박 교수는 급발진 자체는 존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전자제어장치(ECU) 전압이 불안정할 경우, 기계 결함이 있는 경우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경우에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선다"고 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융합대학 교수는 사고기록장치(EDR)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EDR은 자동차 에어백 제어 장치에 내장된 데이터 기록장치로, 일정 수준 이상 충격이 발생하는 사고가 났을 때 사고 전·후의 운행정보 및 충돌 정보를 기록,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최 교수는 "(EDR은) 전 세계에서 수만건 이상의 교통사고 분석에 활용하는 법적 신뢰성을 확보한 장치"라며 "차량 오류가 발생할 경우 EDR 데이터에 아예 오류 데이터라고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상도가 낮을 수는 있지만 가속페달 작동, 엔진 회전수 등을 확인하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특히 일각에서 제시된 페달 블랙박스 탑재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페달 블랙박스가 사건 줄이거나 하는 데 도움 줄 수 없다"며 "이보다는 오히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옵션으로 해서 차에 넣는 게 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교수도 "페달 블랙박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EDR을 공개하면 급발진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EDR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페달 블랙박스를 달아둔다고 달라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관련 부처 간 협업 체계 구축 △주기적인 차량 작동 방법 숙지 훈련 △운전 면허 시험 시 고위험군 대상 기능 작동 항목 추가 △차 정기 점검 및 리콜 불이행 시 운행 정지 정책 도입 △안전 관리 기술 확대 등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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