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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야죠" 대기업 직원도 육휴 안간다[대기업도 저출산 빨간불]

기업 전반에 저출산 쇼크 확산
2022년 기점으로 육아휴직 급감
현대차는 1년새 132명 줄어들어
맞벌이 등 경제적인 이유도 한몫
백악관에서 열린 첫 추석행사

"돈 벌어야죠" 대기업 직원도 육휴 안간다[대기업도 저출산 빨간불]

국내 주요 대기업 절반가량에서 육아휴직자 감소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합계출산율 '0.72명 충격파'가 중견·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출산 모범기업들로 불려온 국내 주요 대기업들에도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를 하기 위해 육아휴직 사용을 줄이거나 조기에 회사로 복귀하는 등 경제적 요인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합계출산율이 0.7명대까지 떨어진 2022년을 기점으로 일부 대기업에서 육아휴직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은 197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평균 출생아 수가 0.7명대에 진입했던 시기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다.

기업별 세부상황을 보면 현대차 육아휴직자는 2022년 519명에서 지난해 387명으로 1년 새 132명 줄었다. 남직원이 285명에서 184명으로, 여직원은 234명에서 203명으로 감소했다. 기아의 육아휴직자도 2022년 140명에서 지난해에는 136명으로 소폭 줄었다.

다른 대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전자는 육아휴직자가 2022년 612명에서 지난해 599명으로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도 194명에서 160명으로, 롯데백화점은 180명에서 139명으로 줄었다. GS건설은 130명에서 115명으로, 삼성물산은 219명에서 200명으로, 포스코이앤씨는 85명에서 61명으로 감소했다. HD현대중공업은 301명에서 280명으로, 한화솔루션은 84명에서 55명이 됐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특정 업종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군에서 육아휴직자가 감소한 사례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특히 감소세를 보인 곳은 남직원과 여직원 모두 육아휴직자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자체가 크게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원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산 견인차 역할을 해온 대기업 출산율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문영만 부경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비정규직 여성과 가구주의 고용 불안정성이 자녀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4년 동안 대기업 여성의 출산율은 5.9%로 중소기업 2%의 3배가량 높았다. 문 교수는 "가임기 여성의 고용 불안정성과 소득격차가 자녀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고소득인 대기업 종사자들의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생활이 팍팍해지자 맞벌이를 하기 위해 육아휴직 사용을 줄이거나 조기에 회사로 복귀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022년은 1%대였던 기준금리가 3%대로 상승하던 시기다.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이 0.72명에서 0.6명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출산, 육아, 난임치료 등 제도 확산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기아는 올해 임단협에서 난임휴가를 기존 3일에서 5일로 늘리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현대차는 이미 5일의 난임휴가 제도가 있고, 난임 시술비도 회당 100만원씩 무제한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연간 난임휴가를 유급 5일에 무급 1일을 추가로 쓸 수 있도록 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