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노조 10월 총파업으로 사측 압박
사태 장기화 시 납기 지연 우려
지난 4일 울산 HD현대중공업 노조 부분파업 현장.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공
[파이낸셜뉴스] 조선업계가 10월 총파업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선업계 노조는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현재의 부분 파업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겠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하투'가 길어지면서, 납기지연 등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만큼 올려달라"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 고위 관계자는 19일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섭 상황에 따라 10월 중순 사업장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르면 다음달 14일에 조선업계 연대 파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선노연은 현대중공업지부·대우조선지회·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현대미포조선노조·현대삼호중공업지회·HSG성동조선지회·케이조선지회·HJ중공업지회 등 8개 사업장 노조로 구성돼 있다.
이들 노조는 사측에 대한 교섭 압박 수단으로, 사업장별 부분 파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서 5월 기본급 인상액 15만9800원,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포함한 별도 요구안을 만들었다. 이번 요구안의 핵심은 고용이다. 특히 회사 매각 등으로 조합원 소속이 바뀔 때 근속연수를 승계하고 단체협약과 노조 승계를 보장하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노조는 또 매년 발생하는 퇴직자 수만큼 신규 인력을 채용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만 60세인 정년도 만 65세로 연장,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5년 단위 근속마다 축하금 50만원과 휴가를 제공하는 포상 내용도 요구안에 담았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에서 이달 초 제시한 1차 제시안을 거부한 상황이다.
대형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노사가 최근 임금 합의를 하면서 일종의 기준점이 됐다"며 "다른 대형 조선사 노조도 이 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이라고 전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12일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처음으로 기본급 12만1526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지급 등을 핵심으로 하는 올해 합의안을 타결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은 삼성중공업이 물꼬를 튼 만큼, 다른 조선사들도 이를 들어줄 수 있을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 장기화 가능성 주시
업계가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파업 장기화 가능성이다. 최악의 경우 납기 지연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납기 지연금은 발주 지연이 계약 기간보다 길어지면 조선사가 선주 측에 내는 배상금의 일종이다. 2022년에는 51일에 걸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노조 파업으로 업계 추산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빠른 일감 확보로 수주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파업이 길어지면 생산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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