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 강자였던 인텔이 흔들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란 업계 전망이 나왔다. 인텔의 위기는 반도체 시장에서 중앙처리장치(CPU)가 지고, 인공지능(AI) 열풍이 이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승부수를 거는 국내 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외신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아폴로)는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6795억원)의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은 "인텔 경영진이 이번 아폴로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고,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아 투자 규모는 변경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투자는 흔들리는 인텔의 방증이다. 인텔은 지난 2·4분기 16억달러(약 2조1376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며 비용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 15%를 감원하고 배당금 지급도 중단했다.
인수론도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전문 기업인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인텔이 다른 반도체 업체에 흡수될 매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다.
인텔의 쇠퇴는 AI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시점에서 HBM에 승부를 걸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호재라는 지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GPU 시장이 커진다는 건 엔비디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라며 "이 경우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맡기는 HBM 수주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인텔이 자구책 마련의 하나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를 매각이 아닌 분사 쪽으로 결정하면서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는 특히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을 부활시키며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TSMC가 독주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의 추격까지 따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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