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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는 지수일까, 이미 높은 가치의 기업들을 모은 지수일까. 지난 24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된 이후 증권가에선 "이해할 수 없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주주환원 잘 해도 탈락하는 밸류업 지수
25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종목의 배당수익률은 평균 2.2%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되는 종목들의 평균 배당수익률(2.3%)보다 낮았다.
밸류업 종목들의 배당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선정 기준에 배당 '수익률'과 자사주 소각 '규모'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의 주주환원 기준을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한 기업'으로만 정의하고 있다.
하나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2년 동안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라는 '이벤트'가 있었는지 유무로 분류하다보니 배당수익률이 0.1%인 기업과 5%인 기업이 모두 합격할 수 있다"라며 "자사주 소각도 마찬가지로 주주환원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요소의 변별력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주주환원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 효율성 등 상당히 종합적인 측면이 고려된 것 같다"라며 "그래서 쿼터제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지만 예상도 못한 기업들도 대거 포함됐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었던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 등은 제외되고 공공연하게 밸류업에 선을 그었던 한국금융지주는 지수에 포함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특정 업종 쏠림을 해소하고자 산업군별 상대 순위를 적용했다. 금융이나 자동차, 통신업종과 지주사 등을 밸류업지수 수혜 업종으로 시장에선 바라봤는데, 거래소 특정 업종 쏠림을 피하고 고르게 분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종목 수도 100개로 제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대형주가 대거 편입되면서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은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됐다. DB금융투자 설태현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섹터 비중이 30% 이상이며 자유소비재, 산업재, 금융까지 누적 편입비중은 80%를 넘어간다"라고 설명했다.
"기관 투자자가 밸류업 지수에 투자할까"
밸류업 종목들의 투자 매력도에도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이경수 연구원은 "지수 구성 종목 선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높은 자기자본 이익률(ROE)'"이라며 "밸류업지수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저PBR주 중에 제외된 종목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김재은 연구원은 "밸류업 수혜주로 언급된 KB금융, 하나금융지주가 편입되지 이유는 PBR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이날 기준 PBR은 각각 0.52, 0.42였다.
밸류업 지수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밸류업 지수 종목군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3.7%로 같은 기준 코스피200지수 종목군의 30.6%보다 크게 낮았다.
이 연구원은 “고PBR 위주의 밸류업지수를 벤치마크로 추종하는 국내 기관들이 있을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저평가 종목을 선호하는 기관 입장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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