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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부드러운 차선 변경·안전거리 유지"... 카카오T 첫 자율주행 택시 타보니

안정성 측면 '합격'
공사 구간 인식 불가능 등 한계도 존재
대중교통 취약 시간대 '시민의 발' 될수도

[르포] "부드러운 차선 변경·안전거리 유지"... 카카오T 첫 자율주행 택시 타보니
25일 밤 1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쌍용종합상가 앞에 자율주행 택시 '서울자율차'가 도착했다. /사진=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율주행을 시작하겠습니다"
26일 새벽 12시 15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쌍용종합상가 앞. 카카오T를 통해 호출한 '서울 자율주행차' 오퍼레이터(보조 기사)가 '자율주행 시작' 버튼을 누르고 핸들에서 손을 떼자 안내 음성이 나왔다. 보조 기사는 아무런 동작을 하지 않았지만 차가 알아서 교통 상황을 파악하고, 좌측 깜빡이를 키더니 차선을 변경했다.

디스플레이에는 주변의 실시간 교통 상황이 자세하게 묘사됐다. 일반적인 차는 회색, 빠른 속도로 오거나 가까이 있는 차들은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이내 횡단보도 앞에서 차가 멈추자 신호등 그림과 함께 사람이 몇 명 건너고 있는지까지 나타났다.

약 30분간 탑승하면서 '안정성' 측면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강남 일대의 시간당 50㎞ 속도 제한을 준수했고, 교통상황을 파악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서서히 감속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일은 없었다. 다른 차량의 끼어들기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불안한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차선 변경과 좌회전·우회전, 유턴도 모두 부드럽게 진행됐다.

운전석에 앉은 김시경 SMW 수석연구원은 "조심성 많은 초보 운전자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다만 능숙한 운전자 같이 속도를 낸다거나 끼어들기를 적극적으로 하는 측면은 안정성 때문에 불가능해서 답답해하는 승객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날 밤 11시부터 카카오T 모바일 앱을 통해 시민들도 서울 심야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 가능하다. 서울 심야 자율 택시는 월요일∼금요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사이 강남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안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해 카카오T로 부르면 된다.

강남구 역삼·대치·도곡·삼성동 등 일부 지역만 이용이 가능하며, 자율주행 택시 3대가 봉은사로·테헤란로·도곡로·남부순환로·개포로·강남대로· 등 면적 11.7㎢의 구간을 달린다.

[르포] "부드러운 차선 변경·안전거리 유지"... 카카오T 첫 자율주행 택시 타보니
25일 밤 12시 40분 자율주행 택시 '서울자율차'가 자율주행 기능을 실행한 채 서울 강남구 역삼로 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 주원규 기자

물론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이라고 보기엔 기술상 어려움과 교통 환경 문제도 분명히 있다. 운행 중 잠깐 이슬비가 내렸는데, 자율주행 택시는 땅이 젖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게 되면 운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차량에 달려 있는 4개의 근접 라이다센서, 4개의 원거리 라이다센서, 10개의 카메라가 땅이 젖으면 난반사를 일으켜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에 놓인 구간의 정보 등은 신호 체계에는 들어가 있지 않아 수동운전이 강제되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공사를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식하지 못하고, 서비스 구간 내에서 대로가 아닌 복잡한 골목길에 진입하면 수동운전을 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노인 보호구역 등에서도 안전을 위해 반드시 운전자가 핸들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복잡한 강남의 교통 환경을 극복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심야시간대의 시민들의 귀갓길을 책임질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운행 구간을 넓히고 시범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를 모은 뒤 운영되는 자율주행차의 수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심야 자율주행 택시는 올해까지 무료로 운행한 뒤 내년부터 유료화될 예정이다.

장성욱 카카오 모빌리티 부사장은 "관계 부처, 기업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기술 발전과 함께 자율주행 서비스가 적절하게 이뤄지면 시민들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특히 기술 주권과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 자율주행 서비스가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기업에 밀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카카오 모빌리티가 플랫폼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