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HBM 경쟁으로 '반도체 봄' 기대
SK, 단수 확장·TSMC 동맹 강화
삼성, 종합반도체 강점 적극 활용
반도체 신기술과 수급 조정에 따른 업계 호실적이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비관론을 밀어냈다.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론의 근거로 꼽은 ①D램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와 ②인공지능(AI)용 반도체 공급 과잉에 대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정반대 이유로 호실적을 발표했고,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층 더 강화된 HBM 기술을 제시하며 외려 '반도체의 봄'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 흔들림 없다"
26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얇은 칩을 수직으로 12단 쌓은 고용량·고효율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고,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낸 마이크론은 내년까지 생산하게 될 모든 HBM이 완판됐다고 밝히며 반도체 겨울론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이날 "반도체 업종이 그 어떤 업종보다도 상승 여력이 독보적인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특별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없고 금리인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반도체는 올해 4·4분기 연중 최고가를 향해 급반등할 지지대가 만들어졌다"는 전망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만든 최신 제품인 HBM3E 12단 제품의 HBM3E 시장 내 비중이 내년 40%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해당 제품이 HBM 공급사들의 격전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HBM3(4세대)와 HBM3E 8단이 HBM 제품의 주류이지만, 엔비디아가 차세대 제품에서 12단 제품을 채택할 예정이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이 9%를 차지하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가격에 팔며 시장가격이 업황에 따라 동시에 오르고 내렸다면 이젠 제품이 개별 가격을 지니고, 제조사에 따라 선택적인 가격이 책정되는 산업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승부는 이제부터
현재는 SK하이닉스가 유리한 위치를 점했지만 앞으로 단수가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이 확장되면 판도가 또 달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4부터는 로직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되고 16단까지 확대되면서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SK하이닉스가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HBM4에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삼성의 패키징 방식인 TC-NCF와 SK의 MR-MUF는 쌓는 칩 개수가 늘어나면 어떤 기술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양사의 HBM 시장 공략법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내 HBM3E 12단 양산제품을 엔비디아의 최첨단 고성능 AI 반도체에 납품하는 한편,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의 동맹도 강화해 삼각연합을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가 HBM은 하고 있지만, 파운드리는 안하고 있어서 TSMC와 연합동맹을 통해 단점을 보완할 것"이라며 "연합이 강화된다면 AI 반도체 시장에 대해 선제적인 위치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생산과 설계를 동시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강점을 적극 활용,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와 HBM 제작, 칩 설계를 독자적으로 하는 반도체 기업은 대형사로는 삼성이 사실상 유일하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HBM3나 HBM3E와 같은 5세대까지는 특정 고객에게 맞춰 최적화된 제품이 아닌 범용이지만, 6세대 HBM4로 가게 되면 고객에게 커스터마이즈된 HBM을 만들어 제공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며 "삼성은 설계부터 파운드리 설비까지 다 갖춘 종합반도체회사로서 고객이 원하는 HBM 제품을 효과적으로,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준석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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