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다."(증권사 애널리스트).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코스피 반등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90% 상승한 2671.57에 장을 마감했다. 2600 선을 내준 지 하루 만에 다시 회복한 것이다.
이날 반등은 반도체가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전장보다 9.20% 급등하며 18만900원에, 삼성전자는 4.02% 오르며 6만4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도 피에스케이홀딩스(11.61%), 테크윙(9.61%)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업종 159개 종목 중 148개 업종이 상승 마감하며, 전일 대비 5.21% 상승했다.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반도체 위기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올해 6~8월 매출 77억5000만달러(약 10조2974억원)를 기록하며 예상치(76억600만달러)를 뛰어넘는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했다. 특히 투자설명회(IR)를 통해 "강력한 AI 수요로 다음 분기와 회계연도에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장외거래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15% 가까이 급등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가속기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메모리 3사 중 분기 실적 발표를 가장 먼저 해 '메모리 업계의 풍향계'로 여겨진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이후 수급이 풀리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6604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SK하이닉스만 4871억원 순매수했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외국인이 매도세를 이어가며 상방이 제한됐던 코스피였지만, 이날 외국인이 현·선물 모두 대량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수급이 개선됐다"며 "모건스탠리가 제기한 AI 과잉공급과 D램 가격 피크아웃 우려를 마이크론이 해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종의 반등이 코스피 반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DB금융투자 서승연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반도체 주가에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의 수요 약세 우려는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판단한다"며 "엔비디아 블랙웰 관련 AI 최종 수요 강세를 고려하면 반도체 섹터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도 "경기 우려가 해소되고 금리인하도 진행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한 미국 주식시장과 다르게 코스피는 반도체 때문에 지수 상방이 제한돼 왔다"며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우호적으로 해석되며 코스피 반전의 모멘텀이 생겼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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