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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vs.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번주 판가름

고려아연, 美KKR·베인캐피탈 우군 등판 가능성...반격카드 극적 마련될까

영풍 vs.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번주 판가름
지난 7월 31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 1일)을 하루 앞두고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글로벌 대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로 굴지의 해외 사모펀드 등이 거론되며 대항 공개매수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다음달 4일 공개매수 마감일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최 회장 측이 최소 1조원 이상의 실탄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에 본격 대항하기로 한 고려아연 측은 주식 공개매수로 자금 및 지분 확보를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접촉해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베인캐피탈이 최 회장 측과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확한 사실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2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한 MBK는 공개매수가를 14% 상향해 분쟁 주도권을 가져왔다. MBK는 지난 26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1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높였다. 이 같은 소식에 고려아연의 주가는 변동성을 확대했다. 지난 26일에만 장중 6.11% 오른 74만7000원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현재 공개 매수 가격인 75만원까지 주가가 오르면,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은 15조5000억원으로 공개매수 직전인 지난 12일 11조5000억원에서 약 35%가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코스피 상장사 중 LG, SK텔레콤, 한국전력 등을 앞서게 된다.

경영권 분쟁이 대규모 '쩐의 전쟁'으로 격화되면서 최씨 일가 측이 대항 공개매수를 실행에 옮길지가 막판 변수다. 최씨 일가는 장씨 일가와의 동업으로 특별관계자로 지정돼 있었지만, 최근 이를 해소해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특별관계자이기 때문에 공개매수 기간에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현재 기준으로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가 인상으로 필요한 자금은 약 3조6000억원, 고려아연측은 1조13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양측이 투입하는 자금 합계가 5조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향후 한쪽이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더 올릴 경우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메리츠증권 장재혁 연구원은 "고려아연 측에서 자금을 확보해 지분 경쟁을 이어나가고자 할 경우, 가장 적은 자금으로 많은 지분 격차를 방어할 수 있는 부분은 영풍정밀"이라며 "최씨 일가의 대응방안에 따라 향후 관련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내달 4일까지 진행되는 공개매수 일정상 시간이 촉박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글로벌 사모펀드(PE)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KR 등의 크레딧 펀드가 우군으로 등판하더라도 고려아연 시가보다 월등히 비싼 수준에서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라며 "최 회장은 글로벌 PE를 우군으로 확보해도 투자자의 손실 리스크를 상쇄할 만한 고금리는 물론 원리금 상환 가능성을 높여줄 경영권, 영업자산 등을 담보로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