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달라진 K쇼핑 (중) 동대문 현대免 등
패키지 대신 가성비·체험여행 대세
코로나후 외국인 여행객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 '반토막' 회복 못해
핵심 관광지서 모객 마케팅 분주
지난 9월 27일 서울 동대문구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7층 화장품 코너가 방문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이정화 기자
"오전동안 찾아오는 외국인이 한 명도 없으니 큰일입니다."
지난 9월 27일 오후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6~13층에 위치한 면세 매장 전체가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는 외국인들이 간간히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면세점 쇼핑백은 들려 있지 않았다. 6층 선글라스 매장에는 한 두명의 고객들만이 선글라스를 껴보고 있었지만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시계매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알렉산더맥퀸, 롱샴 매장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에스티로더, 아베다, 맥 등 화장품 브랜드가 있는 7층은 고객 수보다 직원 수가 더 많을 정도였다. 바닐라코, 토니모리, 잇츠스킨 등 중저가 K뷰티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12층도 제품을 이것저것 들어보이며 라이브방송 중인 중국인 1명 외에는 외국인 고객은 없었다.
같은 날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도 비슷했다. 동대문 면세점보다 방문객이 많았으나 인기 명품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외국인들을 제외하면 실제 제품을 구매하 고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큰손' 中 관광객 알뜰 쇼핑에 타격
9월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들은 코로나 엔데믹만을 기다리던 상황에서 예상 외의 암초를 만났다. 단체 관광객 위주였던 면세점이 외국인들의 확 바뀐 쇼핑 패턴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실제 에어비앤비 차이나가 최근 발표한 '2024년 국경절 황금연휴 해외여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관광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MZ세대로 변화하면서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방한 외국인 여행객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국내 면세점 매출은 아직 반토막에 그치는 위기를 맞았다.
수치로도 면세업계의 위기는 감지된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21년 98%에서 2022년 96%, 2023년 87%, 올해 1~8월 기준 84.9%로 하향세다. 면세업계 전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의 통계를 보면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21년 95.5%에서 2022년엔 92.0%, 2023년 80.5%, 올해 1~7월 누적 기준 78.5%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방한 외국인 여행객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국내 면세점 매출은 아직 반토막인 상황"이라며 "큰손인 중국인이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를 꺼리고 있고, 패키지 여행 대신 '가성비'와 '체험' 위주로 한국 관광 패턴이 변화한 요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내국인 고객도 강달러 영향으로 인해 코로나 이전 대비 면세점 쇼핑을 꺼리고 있다.
■MZ 잡으러 관광지로 나선 면세점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 사업의 끝없는 불황에 업계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MZ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홍대와 성수 등 핵심 관광지에 면세쇼핑을 알리는 활동을 늘려가는 건 기본이다. 변화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패턴을 따라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에어비앤비 차이나와 마케팅 업무협약을 맺고 중국 MZ세대 여행객 잡기에 나선다. 중국인 MZ세대 관광객 선호도가 높은 에어비앤비 차이나와 제휴를 통해 인지도 제고뿐 아니라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으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 명동에 위치한 LDF 하우스의 이름을 '나우인명동'으로 변경하고 새로운 브랜딩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협업해 운영한 나우인명동 '소맥포차' 팝업은 하루 15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 가운데도 MZ세대에게 한국의 면세점에 대한 인식을 새로 심어주는 것이 면세점 산업 부활의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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