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육체적 쾌락과 정신적 열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음유시인. 그가 바로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의 주인공 탄호이저다. 수천 년 동안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이 논해온 모순을 고스란히 내면에 품은 탄호이저는 예술가이자 진리를 갈망하는 사람의 상징으로, 분열된 세계에서 헤매는 인물이다.
탄호이저는 사랑의 여신, 베누스(비너스)와 함께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자 그녀의 애인이 됐지만 마음 한편에는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베누스가 주는 끝없는 쾌락을 뒤로 하고 기쁨과 고통의 변화가 있는 인간세계로 돌아가려고 한다. 베누스는 그를 붙잡으며 세상에서 구원을 찾지 못하면 다시 쾌락의 세계로 돌아오라 한다. 탄호이저는 구원이 성모 마리아에게 있다며 그녀의 곁을 떠난다. 그에게 베누스는 모든 것을 주는 존재였지만, 결국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영혼의 구원과 진정한 사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영적 순수와 육체적 관계 사이에서 고뇌하며 끝내는 한쪽만 보는 평범한 이들을 경멸하기까지 한다. 작품 속 음유시인들이 '사랑의 본질'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장면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순수한 사랑을 예찬하는 볼프람을 비롯해 다른 음유시인들과 달리 탄호이저는 감각적 쾌락을 옹호하고 갈등은 극으로 치닫는다. 이때 그를 사랑한 여인, 엘리자베트가 음유시인들을 막아서고 그에게 용서를 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하자 그는 로마로 순례길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탄호이저는 로마에서도 구원받지 못하고 다시 베누스에게 돌아가려 한다. 이때 엘리자베트의 희생이 담긴 기도가 그를 구원하고 그녀의 죽음은 탄호이저에게 마지막 해답을 주며 그의 고통스러운 여정 역시 끝이 난다. 베누스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자 한 탄호이저의 여정은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그대로 반영하며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상반된 가치들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는 둘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한쪽 끝에 있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달리는 것 대신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고 균형을 택해야 한다.
바그너의 '탄호이저'는 단순한 오페라를 넘어 인간 본성의 모순과 그로 인한 고뇌를 철저히 탐구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완전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구원이란 무엇인지 끝없이 자문하게 된다. 탄호이저가 결국 도달한 결말은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남기며 진정한 행복은 결국 우리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