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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취득 vs 공개매수 확전…고려아연 운명 가를 법원판결 [3조 쩐의 전쟁 분수령]

취득금지 가처분 2일 결론
기각땐 최씨일가 경영권 방어 숨통
자사주 80만원에 공개매수 전망
인용땐 우군 찾기밖에 방법 없어
MBK·영풍이 지분확보 승기 쥘듯
최윤범,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중대기로에 섰다.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측의 자사주 취득에 대한 법적 공방이 조만간 마침표를 찍으면 판결에 따라 판세가 한쪽으로 기울 수 있어서다. 최씨 일가의 자사주 취득에 길이 열리면 경영권 방어에 숨통이 트이지만 반대의 경우 유일한 카드는 외부세력을 끌어들여야 하는 대항 공개매수뿐이다.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MBK 측의 승기를 확고히 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각' 최씨일가 자사주+대항 공개매수 투트랙

1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앞서 MBK·영풍 측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2일 나올 예정이다. 법원 판결이 기각과 인용 중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양측의 명암이 갈린다.

기각 시 최씨 일가 측의 자사주 매입에 물꼬가 트여 이 같은 계획에 탄력을 받게 된다. 다만 회삿돈을 투입하는 만큼 경영권 분쟁 이슈 소멸 이후 주가 하락 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자사주 매입 단가도 한차례 인상된 공개매수가격 75만원을 웃도는 80만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여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재판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자사주 전량 소각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각될 경우 최씨 일가로서는 자사주 매입과 대항 공개매수라는 두 카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최씨 일가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로 매입해야 할 지분을 최소 6%로 보고 있다. 자사주와 마찬가지로 주당 80만원가량에 6% 지분 매집을 위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소요되는 자금은 총 1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고려아연은 기업어음(CP) 발행으로 4000억원을 마련했다. 나머지 금액은 글로벌 기업과 사모펀드 등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해야 조달이 가능, 최씨 일가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최 회장은 글로벌 투자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 측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도 물밑접촉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IB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려면 MBK·영풍의 공개매수 기한 4일 이전인 2일까지는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용', 장씨일가측 승기 굳어져

법원이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최씨 일가의 경영권 방어수단 중 자사주 취득 카드를 잃게 돼 수세에 몰린다. 오로지 대항 공개매수로 대응해야 해 추가적 우호세력 확보 없이는 판세를 뒤집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장씨 일가와 MBK 측은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가 순항할 경우 승기를 잡게 된다. MBK 측은 자본시장법 제140조를 근거로 고려아연이 영풍의 계열회사이기 때문에 법으로 정한 '특별관계자'에 해당하며, 따라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고려아연은 4일까지 대항 공개매수를 결정하면 공개매수 기간은 결정 시점에서 추가로 20일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공개매수가 이달 말까지 길어져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 고려아연 1.85% 지분을 보유한 영풍정밀도 변수다. 영풍정밀은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측 우호지분이 35.25%이다. 장씨 일가와 MBK 측은 21.25%로 최씨 일가보다 지분율이 낮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 지분 1.85%를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다.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 최 회장과 친·인척 등 특별관계자들은 영풍정밀 보통주 393만7500주(지분율 25%)를 공개매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매수 예정가는 주당 3만원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