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영풍측 취득금지 가처분 기각
최윤범 "주당 83만원에 매입할것"
배임 논란엔 '소각' 밝히며 진화
고려아연, 4000억 CP 발행 이어
이달 회사채 찍어 1조원 조달 나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고려아연 최씨 일가 측의 자사주 매입에 빗장이 풀렸다. 현재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 자체적으로 추가 실탄 1조4000억원을 확보해 2조원 이상 투입되는 자사주 매입에 화력을 집중시키는 양상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최소 지분 6.9% 매입에 적신호가 켜져 경영권 분쟁 사태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일각에선 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는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원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최씨 일가 측이 영풍과 특별관계가 해소된 만큼 자사주 취득에 문제가 없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현재 고려아연 유통물량은 약 22%이다. 이날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320만900주(15.5%)를 주당 83만원에 오는 23일까지 매입하기로 했다. 이 경우 유통물량이 급격히 줄어 MBK파트너스는 최소 목표수량 6.9% 확보도 장담하기 어렵다. 공개매수 기간 회삿돈으로 자사주 매입이 자칫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이날 고려아연은 소각 방침으로 진화하고 나섰다. 자사주 취득 후 소각할 경우 최 회장 및 우호세력 지분은 현재 33.9%에서 41.5%로 늘어나고, 국민연금 지분은 7.8%에서 9.5%까지 증가하는 등 중립모드의 기관까지 합치면 전체 지분 중 절반 이상을 넘기게 돼 경영권 방어가 가능한 구조다.
관건은 2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자금 마련이다. 고려아연의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629억원, 단기 금융기관 예치금 1530억원, 단기투자자산 9002억원, 매출채권 7003억원 등이다. 여기에 유형자산 중 건물과 토지 장부가가 1조원을 넘어 담보대출도 예상해볼 수 있다.
대항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전체 실탄이 자사주 매입에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시한을 늦어도 2일까지로 봤지만 이에 대해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서다.
고려아연은 9월 한달간 이자율 연 3.59~3.60%로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특히 이달에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1조원 조달에 나선다. 이를 위해 회사는 신용등급 평가도 마쳤다.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은 AA+를 부여받았으며 등급 전망도 '안정적'이다. CP와 회사채로 마련하는 자금은 총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추가 지분 6% 확보를 위한 대항 공개매수 추정자금 1조3000억원과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 자금 1000억~2000억원을 합친 금액과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이날 자사주 매입계획만 내놓아 1조4000억원도 자사주에 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고려아연이 이달 말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해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MBK 측이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어 여전히 변수는 적지 않다.
ggg@fnnews.com 강구귀 김현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