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前한국기술사회 회장
학력·경력자 특급기술자 상향
'엔산법' 시행령에 우려 목소리
"정부, 공학도 미래보장 힘써야"
"대한민국 건설 기술을 한 단계 더 국제화 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 제도를 동네 축구처럼 운영해서는 안됩니다."
김재권 전 한국기술사회 회장(사진)은 2일 서울 마곡동 아시아 친환경 자원협회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사들의 라이센스 제도에 체계를 갖춰야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엔지니어가 대우 받아야 건설산업과 국가가 발전한다"며 "청년 기술사의 복지혜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인재 육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동아건설, 삼성물산, 두산건설 등 건설사를 거치며 세계적인 프로젝트를 완성해 온 야전 기술인 출신이다. 경기철도 대표이사와 한국방재안전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6만여명 규모의 한국기술사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아시아 친환경 자원협회 회장으로서 기후위기 시대의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최고 건설기술…월드컵 룰대로
김 회장은 현행 건설 엔지니어 제도가 '동네 축구' 수준이라며 연신 아쉬움을 내비쳤다. "우리나라의 건설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음 했다"며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동네 축구가 아닌 월드컵 룰대로 건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건설기술과 노하우는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리비아 사하라 사막 대수로 등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곳곳에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어 냈다.
지난 3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시행령'에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결국에는 자격과 면허가 없는 기술인이 책임 기술사가 될 것이 뻔하고, 이는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은 엔지니어링 기술자 중 학력·경력자의 등급 상한을 중급기술자에서 특급기술자로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기술자격자는 1800만명에 달하지만 해당 개정안 통과로 자격의 실질적인 효능이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 김 회장의 주장이다.
■기술사 양성 위해 미래 보장해줘야
김 회장은 "이렇게 되면 누구나 기술사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특급기술인이 되기 때문에 기술사 자격제도는 자연스레 없어지고 국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책임기술사의 역할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도 기술사 라이센스 제도를 철저히 하고 확실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사에게 자격증을 주면서 육성시키듯이 공학도에게도 자격증을 부여하고 이들이 미래에 대한 보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청년들이 자격시험을 칠 이유가 없고, 엔지니어 부족현상은 국가 경쟁력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시행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법을 만들어야지, 처벌만 강화한다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격을 갖춘 기술사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고 품질이 보증된 안전한 장비와 자재를 쓰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예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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