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10월 1일 개봉
이언희 감독, 김고은·노상현 주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퍼스트룩 제공
배우 김고은이 지난 1일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Love in the Big City)'으로 다시 스크린에 등장했다. 영화 '은교'로 지난 2012년 데뷔한 김고은은 올해 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전작에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캐릭터 '화림'을 연기했다면 이번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보다 현실적인 인물로 변신했다.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고은은 "영화는 재희와 흥수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를 그리고 있는데 친구들, 주변 사람들도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시기를 다 겪어냈다"며 "무지한 상태에서 사회에 내던져진 후 내가 원하는 것과 사회가 원하는 방향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이 두 인물의 이야기에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본인이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구재희와 세상과 거리를 두는 데 익숙한 장흥수가 동고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과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국내 개봉에 앞서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참신한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 현실적인 공감대가 강점으로 꼽힌다.
영화는 김고은이 배우로서 주목받은 기간과 같은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인물이 겪는 다양한 사건을 연대기순으로 풀어가고 있다. 가진 건 패기뿐인 대학 시절부터 직장, 결혼 등 현실적인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까지 시점이 휙휙 지나가지만 감각적인 음악과 연출로 몰입도를 높였다. 언제까지나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인 듯, 매 장면이 살아 움직인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퍼스트룩 제공
두 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다룬 이번 작품에 대해 김고은은 "대본 자체가 워낙 좋았다"며 "요즘은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그래서 더 귀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희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표현되는 인물이 아니길 바랐다"고 말했다.
시선을 싹쓸이하는 과감한 스타일과 거침없는 태도로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자유로운 영혼 재희, 그런 재희에게 특별히 흥미는 없던 흥수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누구에게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하필 재희에게 들켜버린 것. 하지만 이후 재희와 흥수는 다른 듯 닮은 서로에게 인간적으로 끌리며 의기투합 동거 라이프를 시작한다.
영화는 겉으로는 당차지만 속으로는 마냥 사랑을 갈구하던 재희가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때론 웃기고 때론 짠하게 풀어냈다.
앞서 이언희 감독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사람. 어떻게 보면 판타지일 수 있지만 그런 존재로 보이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고은은 "재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고, 재희가 가진 이면에 대해 생각했다"며 "저 아이가 저렇게 표현을 하게 되기까지 성장 과정에서 느꼈을 아픔이나 서툰 표현들, 날서 있는 모습들이 관객들에게도 짠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 눈치 보고 계산하고 머리 굴리지 않아. 그 시간에 연애를 하지.”
극중 재희의 대사에서 드러나듯 그는 인생을 마냥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지만 최선을 다해 오늘만 사는 모습이다.
현재 30대 중반 이상의 관객들이라면 캠퍼스 장면부터 옛 기억이 저절로 떠오를 만큼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학창 시절 룸메이트와 살아봤던 이라면 더욱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재희와 흥수가 보여주는 케미스트리는 서로에게 솔메이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감하게 한다.
김고은은 "촬영에 앞서 노상현 배우와 대화를 많이 한 덕에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퍼스트룩 제공
또 김고은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재희와 흥수가 머리채를 잡으며 싸우는 순간을 꼽았다.
그는 "재희와 흥수의 관계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부분"이라며 "울분을 토하며 싸우면서도 남에게 얻어터지는 건 못 봐주겠다는 재희의 마음이 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희가 흥수한테 하는 이야기, 또 흥수가 재희에게 하는 이야기들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들"이라며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어?'라고 재희가 한 말도 스스로에게 해왔던 말"이라고 강조했다.
장난기 어린 표정에 쾌활함을 잃지 않았던 재희가 담벼락에 서서 오열하며 처절하게 무너지는 장면은 김고은의 말처럼 재희라는 캐릭터가 가진 입체성을 보여준다. 늘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던 이면에는 타인의 비난 어린 시선 속에 '나의 선택이 과연 옳았는가, 괜찮았는가'를 물으며 괴로워하는 어린아이 같은 내면이 숨어 있다.
이 장면에 대해 김고은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 척했지만 그간 쌓여왔던 상처들이 터트려지면서 비로소 가슴속 응어리를 토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극중 흥수 같은 친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친구들은 많지만 실제로는 주변에 힘들다는 얘기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고 답했다.
또 흥행 배우라는 수식어로 인해 생긴 부담에 대해서는 "지난 모든 배역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고, 열심히 할 뿐"이라며 "관객들이 재밌게 볼 수 있다면 그걸로 행복하다"고 답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김고은은 데뷔작 '은교'로 얼굴을 알린 뒤 영화 '몬스터'(2014), '차이나타운'(2015), '협녀, 칼의 기억'(2015), '성난 변호사'(2015), '계춘할망'(2016), '변산'(2018), '유열의 음악앨범'(2019), '영웅'(2022), '파묘'(2024) 등에 출연했다. 드라마 작품으로는 2016년에 방영한 '치즈인더트랩'과 도깨비를 비롯해 '더 킹:영원의 군주'(2020), '유미의 세포들'(2021), '유미의 세포들 시즌2'(2022), '작은 아씨들'(2022) 등이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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