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장급에 희망퇴직 의사 타진
40대 직원 30% 넘으며 ‘고령화 늪’
내부서 인력 효율화 필요성 높아져
전영현號 고강도 혁신 속도 붙을듯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이례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인력 효율화와 신규 채용을 통해 위기론 극복에 나섰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은 40대 이상이 20대 이하 직원 수를 앞지를 정도로 사내 '인력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대적 인력 재배치를 통해 인력 효율화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희망퇴직을 단행, 인사적체 해소와 인건비 절감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신규 채용을 확대해 내부혁신의 불씨를 살려 위기의 파고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DS부문 피플팀(인사팀)은 지난달 DS부문 소속 CL4(부장급)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의사를 타진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탓에 희망퇴직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임금피크제를 앞둔 고연차 부장급 직원이 주 대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다른 회사와 다르게 공식적으로 희망퇴직을 공지하고 신청을 받는 방식이 아닌 회사와 직원이 개별적으로 접촉해 협상을 한다. 따라서 희망퇴직은 소속과 업무, 회사와 직원의 상황에 따라 조건 등이 천차만별이며 세부조건에 대한 조율과 협상도 가능하다.
최근 삼성전자 DS부문은 전영현 부문장(부회장) 취임 이후 반도체연구소를 비롯한 일부 선단 연구조직의 인원을 일선 사업부로 전진배치하고 신입사원들을 수율(양품 비율)·공정 중심의 부서로 이동시키는 등 대대적 인력 재배치를 진행 중이다. 특히 전 부회장은 일부 선단 공정에 있어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혁신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과거 선배들의 방식을 답습만 하는 부서장들의 '매너리즘'을 질타하며 DS부문 내부의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DS부문의 희망퇴직도 전 부회장이 진행하는 고강도 혁신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DS부문 소속 저연차 직원은 본지에 "DS부문에 대한 희망퇴직은 드물다고 들었다"면서 "사업부 내 일부 인원에 희망퇴직 개별 타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짜 위기구나'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에서도 삼성전자 DS부문의 희망퇴직을 반도체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삼성전자 직원 10명 중 9명꼴로 20∼30대였으며, 40대 이상은 2만2313명으로 11.7%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40대 이상이 8만1461명으로 늘며 처음으로 20대 이하 직원 수를 앞질렀다. 전체 직원 중 40대 이상의 비중도 30.4%로, 처음 30%를 넘으며 고령화의 늪에 빠졌다.
삼성전자 DS부문 소속 10년차 직원은 "입사 당시 10년차였던 선배들은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지금 내 역할은 아직도 막내"라면서 "모든 부서가 동일하진 않겠지만 '40대 막내'가 과장된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 삼성 내 고령화와 혁신의 주체가 될 실무자의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간부급 직원도 늘면서 지난 2017년까지 임원을 포함, 10%대였던 간부급 직원 비중도 지난해 35%를 기록했다. 즉 직원 3명 중 1명꼴로 간부급 직원인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DS부문의 희망퇴직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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