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등 개정안 발의 벌써 5건
개인은 가상자산 위탁 의무 없어
해킹·거래소 파산시 보호 못 받아
시장 활성화 위해 법 개정 시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80일이 지나면서 미흡한 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업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2단계까진 아니더라도 현재 부족한 부분이라도 빠르게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7일 국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5개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개정안 1건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 4건이다. 특히, 지난 달에 발의된 것만 3건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 미비점이 나타나기 시작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용자 코인 못 하는 이용자 보호법
업계에선 이용자 보호법이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이용자(투자자)의 예치금(현금)을 보호하고 은행 등의 공신력 있는 관리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해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용자의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위탁이 의무가 아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거래소를 비롯한 많은 사업자들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직접 관리하고,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가상자산업계의 한 변호사는 "많은 가상자산사업자가 관리하고 있는 가상자산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보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며 "하지만 보험으로 보상 가능한 것도 '핫월렛(인터넷 연결 상태에서 가상자산 보관하는 지갑)'의 5%라 그 이상의 해킹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군소업체들은 파산 위기에 직면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용자들의 코인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선 가상자산 위탁도 의무 규정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디스프레드 김동혁 연구원도 "한국 가상자산시장은 기관들의 참여가 미진해 발전에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다"며 "가상자산 수탁이나 법인계좌 설립에 관련된 규정이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또한 투자자의 가상자산에 대해선 상계나 압류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거래소가 파산하면 코인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예탁결제원을 통해 보호되는 주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은 최근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용자 자산을 사업자의 도산(파산·부도) 위험과 법적으로 분리해 이용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불공정 거래’ 컨트롤 타워가 없다"
불공정 거래, 시세 조정 행위에 대한 컨트롤 타워도 여전히 부재하다. 올해 1월 금융감독원에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이 생겼지만 실시간 모니터링이 잘 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7월 어베일 코인이 상장 당시 236원에서 15분여 만에 3500원까지 1383% 폭등했지만, 이튿날 오후 200원 후반대로 폭락해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세부 규정과 시세 조종에 대한 종합 컨트롤 타워가 없어 단시간 내 대규모의 시세조종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집계 보고하지 않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발행사와 유통사(거래소) 간 사업적 담합으로 상장되는 경우가 여전히 빈번하나 이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고, 이를 적발할 경우에도 명확히 규제하기 어렵다"며 "특히, 해외 프로젝트에 대해 자료를 요구하기도 힘들고, 필요정보에 대한 제출 의무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주식시장에서도 인정되는 마켓메이킹(MM)이 시세조종에 해당되는 부분은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마켓메이킹을 자본시장법에선 시세조종으로 보지 않는다"며 "마켓메이킹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해주면 되는데, 이를 금지시켜서 오히려 알트코인의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윤창현 전 의원의 발의했던 내용엔 들어갔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부분이 빠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상자산 투자자도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금융 소비자라는 인식으로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