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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美 보조금 제외 시 적자 지속..."그럼에도 직진"

3·4분기 잠정 영업이익 4483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7% 줄어 LG엔솔 "중장기 비전으로 위기 돌파" 2028년부터 10년간 벤츠에 배터리 공급

LG엔솔, 美 보조금 제외 시 적자 지속..."그럼에도 직진"
LG에너지솔루션 분기별 실적 그래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수요 둔화 및 경기 침체 등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또 다시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제외하면 세분기 연속 영업적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적인 '캐즘'(일시 수요 둔화)에도 최근 발표한 중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견고한 매출 구조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39% 감소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올해 3·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44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7%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4% 줄어든 6조8778억원이다. 이 시기 LG에너지솔루션이 받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생산세액공제(AMPC) 규모는 4660억원이다. AMPC 제외 시 영업적자는 177억원으로 세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직전 분기 대비 영업적자를 축소한 점은 위안거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4분기 AMPC 제외 시 영업적자 2525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세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을 낸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배터리 수요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 침체가 이어지면 제품 주문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미국 애리조나 퀸크릭에 건설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보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광물 가격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 통상적으로 니켈, 리튬 등 배터리 핵심 광물 가격은 3~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판가에 반영된다. 한국자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월 중순 1t당 2만1275달러였던 니켈 가격은 최근 1만7875달러까지 15.9% 급락했다. 같은 기간 탄산리튬 가격도 1㎏당 109.5위안에서 70.5위안까지 35.6% 감소했다.

"중장기 비전 통해 정면 돌파"
LG에너지솔루션은 중장기 비전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에는 △비(非)전기차 사업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조정 △리튬인산철(LFP)·리튬망간인산철(LMFP)·46시리즈(지름 46㎜) 등 제품 다양화 △서비스 영역 사업 기반 확보 △전고체 등 기술 리더십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 4대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나서 직접 비전을 설명했다.

의미 있는 성과도 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를 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기간은 2028년부터 10년 동안이며 공급 배터리 규모는 총 50.5기가와트시(GWh)다. 업계는 이번 수주 물량이 미국 완성차 업체 테슬라가 주로 사용하는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지름 46㎜)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6시리즈는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 대비 에너지 용량 5배 가량 높다고 알려졌다. 공급 가격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한다.

눈길은 10월 말 예정된 실적 설명회에 쏠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실적 설명회에서 해당 분기 분석과 향후 방향성을 함께 제시하는 만큼, 가시권 내 들어온 미국 대선 및 이슈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질 전망이다. 46시리즈 배터리 양산의 정확한 시기, 미국 ESS용 배터리 공장 활용법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김 사장은 중장기 비전 발표식에서 "2028년까지 매출을 2023년(33조7455억원) 대비 2배 이상 확대하고, 배터리 구독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