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 인터뷰
이미 올해 수주 목표 160% 달성
민첩한 기업문화로 경쟁력 차별화
중형선 시장 커져 미포에게 기회
시장안주 경계·인력확보에 주안점
HD현대미포 김형관 대표이사 사장이 울산 본사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HD현대미포의 경쟁력 확보 방안, 조선업 시황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HD현대미포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조은효 기자】 꼭 1년 전, 그룹 최고경영진에게 사실,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적자 계획을 보고했으니, 반길리 만무한 노릇이었다. "당장의 수익성에 매몰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배를 만들어선 답이 안나온다. 앞으로 폭발적 수요가 일어날 친환경 선박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이 컸다고 한다.
'세계 1위 중형 선박 조선사'를 이끌고 있는 HD현대미포 김형관 대표의 얘기다. 김 대표의 뚝심어린 판단은 적중했다. HD현대미포는 이미 올 상반기, 예상보다 반년 앞서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직전 HD현대삼호 대표(2020~2022년)로 재직 당시, 흑자전환의 틀을 만들어놨던 김 대표가 HD현대미포에서 다시 한번 경영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HD현대미포는 이미 올해 수주목표액의 160%를 초과달성한 상태다. 소위 '돈 되는'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수주(올들어 9월까지 62척)가 폭발적이다. 과거 저가 수주고리도 끊어낸 상태다. '국내 최초'이자 동시에 '세계 최초'로 중형급 고부가 친환경 선박 건조는 업계가 주목하는 프로젝트다. 중형급 암모니아 추진선,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메탄올 추진선 등이다.
더불어 독일 지멘스와 함께 디지털 조선소 구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HD현대와 지멘스간 디지털 조선소 프로젝트 추진 상황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 대표의 '2024 개발자 컨퍼런스' 발표 현장에 '깜짝' 등장,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도를 높인 바 있다. 지멘스와의 프로젝트는 김 대표가 HD현대삼호 대표 시절 성사시킨 사업이다. "독보적,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조선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엔지니어 출신 김 대표의 지론이다.
HD현대 '막내 격'인 HD현대미포의 혁신과 경쟁력 확보 노력은 곧, HD현대의 글로벌 위상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최근 HD현대미포 울산 본사에서 '31년 조선맨' 김형관 대표와 만나, HD현대미포의 체질개선 노력, 내년도 경영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HD현대미포 김형관 대표이사 사장이 울산 본사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HD현대미포의 경쟁력 확보 방안, 조선업 시황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HD현대미포 제공
―올해 상반기,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와 내년 전망은 어떻게 보나.
▲9월말 기준으로 최소 '연간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적으로 대형선에 비해 중형선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주사들의 이중연료추진선(DF) 수요가 낮은 상황이나, 이대로 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국제환경규제로, 앞으로 2~3년 안에 무조건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를 적용한 이중연료추진선으로 가야 한다. 중형선사 선주들이 (경제성 문제로)최대한 시기를 늦추고는 있으나, 늦출수록 시장 규모는 커질 것이다. 중형선 시장의 경우, 미포가 독보적이다. 미포의 수주 영역인 중형선 시장에서 LNG 추진선, 메탄올, 암모니아 추진선 등을 중심으로 수주가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년 전인 2022년 10월, HD현대삼호를 거의 흑자로 전환시켜놓고, 다시 적자기업인 현대미포 대표로 취임했다. 당시만 해도, 미포는 적자터널에 갇힌 형국이었다. 그간 어디에 경영 주안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크게 두 가지다. 시장 안주를 경계했으며, 다른 하나는 '발등의 불'인 인력 확보였다. HD현대미포만큼 중형 선박시장에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조선사는 세계에 어디에도 없다. 이미 기존 시장에선 최강자라는 것인데, 그럴수록 안주하게 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LNG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은 물론이고, 선박 디지털화 추진은 마치, 철공소보고 스마트폰을 만들라는 것과 같은 난이도를 요구한다. 깡통배(저가 컨테이너선)를 만들어선 중국 경쟁할 수 없다. 더구나 이미 중국 업체들도 첨단 설비로 디지털화로 나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바로 이 부분에 있어서, 중형선 시장의 강자인 미포가 대형선보다 한 발 더 앞서서 나가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른 하나는 '인력', '인구감소'다. 정부에도 인력 쿼터제 확대를 건의, 외국인 인력을 추가로 2000명 확보했고, 대졸 생산직 채용을 처음 실시했다. 지난해(2023년도) 1600억원 적자 상황에서, 공장 신설, 증설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조선업 인력 부족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다.
▲이미 HD현대삼호(전남 영암 소재)대표 재임 당시 인력부족을 절감했다. 그래프 하나를 보여주겠다.(김 대표는 인터뷰 도중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도별 출생아수·대학 진학률 그래프를 보여줬다) 보시다시피, 1980년생부터는 제조업 현장에서 필요한, 고졸 인력층이 거의 없질 않나. 1980년생이 44세다. 있어도 생산직으로 오려 하지 않는다. 비단 조선업 문제 뿐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문제다. 미국도 제조업으로 살겠다고 저러는데, 우리가 제조업을 포기하고 뭘 할 수 있겠나.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인 인력 확보가 답이라고 판단한다. 외국인 인력의 정주와 관련해, 문제가 없을 순 없지만, 우리 사회가 소화해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HD현대미포 조선소 도크 전경. HD현대미포 제공
―올해 12월부터 암모니아 추진선 건조가 시작된다. 또 지난 8월부터는 국내 최초로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건조가 개시됐다. 통상, '형님'기업인 HD현대중공업에서 먼저 개발하면, 그 기술을 받아서 미포나 삼호가 후속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시도가 미포라서 다소 의외이기도 하고, 놀랍다.
▲선주사 입장에선, 대형선보다 중형선을 테스트로 삼는 게 리스크 측면에선 유리하다고 볼 것이다. 역량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업문화 자체가 민첩한 것도 있다. 세계 최초 암모니아 추진선 수주와 더불어,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나아가 전기추진 컨테이너선 등을 수주,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구성되고 있다. 미포는 앞으로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듭 말하지만, 단순 철공소가 될 것인가. 독보적인,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회사가 될 것인가. 분명 방향을 틀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HD현대미포 김형관 대표(앞줄 가운데)가 울산 미포 조선소에서 직원들과 선박 건조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 HD현대미포 제공
■김형관 대표는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는 매일 오전 6시20분, '임원 조찬 겸 공부 모임'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부서장들은 주 2회 정도 참여한다. 이른 아침 조찬 모임은, HD현대 조선계열사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오는 일과이기도 하다. 새벽부터 농사 준비를 하듯, 대표를 위시해 임원·부서장들이 제일 먼저 나와서, 야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창업주인 '정주영 정신'의 원형이 가장 잘 살아있는 곳이, HD현대라는 게 미포 관계자의 전언이다. 평소 "공부하라"를 입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는 김 대표가 이를 '공부모임'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한다.
ICT,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제조 혁신 전반을 주제로 임원들의 발표가 이뤄진다.
또한 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기술부서 직책자간 기술 토론 경연을 실시한다. 단순한 선박 제조기업을 넘어, '해양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나가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1968년생(56세)△서울대 조선공학과 졸업 △현대중공업 입사(1993년) △현대중공업 기본설계 담당 상무(2015년)△현대중공업 기술본부장 전무(2017년)△현대중공업 생산본부장 부사장(2019년)△HD현대삼호 대표이사 부사장(2020년) △HD현대미포 대표이사 사장(현)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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