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 큰 주택공급 통계 추정치
내후년 전국 입주물량 15만가구
내년 공급 26만가구의 절반 수준
非아파트 공급불안 해소엔 역부족
전문가 "정부 공급대책 재고해야"
올해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주택공급 부족'이다. 불안심리가 집값을 자극시키고 있다. 민간에서는 줄곧 '공급절벽' 우려를 드러낸 반면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R114가 후분양과 청년안심주택 등을 반영해 재산정한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역시 정부 추정치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오는 2026년이다. 최종 집계는 안됐지만 서울의 경우 아파트 입주물량이 7000여가구 수준으로 폭락한다. 전국도 2025년 26만여가구에서 2026년에는 15만가구로 뚝 떨어진다. 새로운 보정 수치 역시 이미 공급부족은 시작됐고, 2026년에는 절벽에 가까운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입주 허수'에 의존한 정부 통계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산정하는 아파트 입주통계에 공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입주 허수'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의 입주통계는 소규모 정비사업은 물론 후분양 단지, 청년안심주택(역세권청년주택) 등이 다 포함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비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공급불안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입주 허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R114가 국토부의 도움을 받아 그간 민간 통계에서 누락이나 집계되지 않은 역세권청년주택과 후분양 단지 등을 전수조사해 다시 재산정했지만 여전히 간극이 크다. 정부 추정치가 올해 1만여가구, 내년 1만3000여가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산정된 민간통계에는 말 그대로 '아파트'만 포함했다. 반면 정부 통계에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 아파트가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2026년의 경우 심각한 공급절벽이 우려된다. 아파트 공사기간은 통상 3년이 소요되는데 최근 몇년간 착공실적이 뚝 떨어졌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 착공 물량이 2017년~2021년 연평균 52만가구에서 2022년 38만가구, 지난해 24만가구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스란히 입주 감소로 이어진다. 2026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최종 집계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2025년 3만5930가구에서 2026년에는 6966가구로 폭락한다. 전국은 물론 수도권 2026년 입주물량도 2025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심각한 위기의식 가져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절벽에 대해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선 '입주 허수' 물량을 기반으로 통계를 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오피스텔과 비슷한 방 한칸 역세권청년주택을 아파트 입주물량에 포함하면 통계가 더 왜곡된다"며 "뻥튀기된 수치가 나오면 명확한 분석이나 대응이 힘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9년까지는 공급절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보다도 내년, 내년보다도 내후년이 더 극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현재 공급부족은 과거 정부 규제에다 최근 공사비 급등까지 겹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를 풀고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의 공급부족 해결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도 "이제와서 공급대책을 내놔봤자 10년 후에나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34%에 달하는 3기 신도시 공원 녹지 비율을 줄이고 용적률을 높여서 층수를 확대해 단기간에 공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26년과 2027년에는 정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비 아파트 활성화도 대안이지만 결국은 아파트 공급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김영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