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산책’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이슈와 투자정보를 엄선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서울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금리가 인하되면서 집값이 더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집값이 계속 오르고 신고가를 갱신했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체감이 전혀 안 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울·수도권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잊을 만하면 전고점 회복 돌파 뉴스가 나오고,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반면 지방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분양 성지(?)로 악명이 자자한 대구는 여전히 팔리지 않은 물량이 많지만 그래도 입지가 좋은 곳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광주가 제2의 대구 자리를 위협하면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집값 천장 뚫었다'...그런데 우리 집은?
현재 시장을 보면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고 회복하기는 했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큽니다. 과거 금액 근처에도 못 간 단지가 수두룩합니다. 서울과 비교해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오름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이 견인하고 있습니다. 지방은 횡보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즉 시장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수도권과 지방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도권도 경기도 내 주요 지역과 신도시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다른 지역들은 거래가 잘 안 됩니다.
서울이라고 다를까요. 전고점을 돌파하는 곳은 반포·압구정·한남 등 핵심지역들입니다. 마포·성동구만 해도 신축 대장 단지가 전고점을 이제 회복했습니다. 구축들은 전고점을 못 갔습니다. 그 뒤에 있는 서대문구·동대문구, 더 뒤의 노원구·도봉구 등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서울도 빌라·오피스텔·상가 등 비 아파트는 이제야 거래가 좀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려가 큰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2024년초에 주택 경매 건수가 매우 높다며 집값 하락을 주장했지만, 해당 경매 대부분이 비 아파트 상품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실 부동산 시장이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시장이 완벽하게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각각의 개별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서울의 아파트를 기준으로 부동산이 과열이다, 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방 한 미분양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만 볼때...'지방은 초토화'
부동산 정책은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다 서울의 아파트만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서울 아파트 과열을 막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단 정책은 전국적으로 적용됩니다. 대출규제, 세금규제, 하다못해 금리까지 서울의 아파트만 바라보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게 작금의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는 체급이 되니까 버티지만, 그동안 지방은 초토화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졸업생 중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학과가 어디인지 확인해보니 동양사학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효과(?)로 가장 대표적인 평균의 함정입니다.
정책적인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지만 핵심은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해서 움직이면 불똥은 다른 곳에 튄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서울만 규제하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곳들이 많은데 서울만 보면서 규제하고, 서울만 보면서 규제완화도 안 하는 상황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그냥 대한민국 부동산은 서울의 아파트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부동산은 신경 안 쓰는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전국을 대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정책권자들은 보다 거시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바라봐줬으면 합니다.
왜 이런 양극화가 나타나는지, 또 왜 서울 쏠림이 발생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전과 같이 단순히 과열이니 대책을 내놓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상황을 더 악화 시킨다고 봅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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