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 4위였던 현대차그룹
2022년부터 3년 연속 세계 3위 달성 유력
영업이익률 도요타, 테슬라 제치고 업계 최고
미래차 시장 주도 의지 확고...선제적 행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글로벌 톱3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뿐 아니라 전기차 및 수소 에너지 분야 등에서도 위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2023년 말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
14일 취임 4주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 '혁신의 리더십'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 리더로 주목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3년 연속 '글로벌 판매 3위' 달성을 넘어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브랜드 파워도 상승세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26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이달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약 4조 4800억원)로 기업 공개를 실시한다. 파죽지세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글로벌 3위를 넘어, 완성차 업계 '빅2'에 도전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후발주자서 선두주자로 '게임의 룰' 주도
정 회장은 따라가기 전략이 아닌, 앞으로 치고나가는 전략을 즐긴다. "고통없이는 결코 체질을 개선할 수 없다." 정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고통을 수반한 개혁'을 강조했다. 당장의 판매 경쟁을 넘어 미래차 대응을 위해 테슬라가 쏘아올린 스마트카 경쟁에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평가가 잇따랐다.
선제적으로 E-GMP 전기차 프레임을 구축,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웰 메이드카'란 위상을 확고히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아이오닉·EV 시리즈는 글로벌 3대 자동차상을 모조리 휩쓸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10년간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차' 등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6개의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총 66개의 상을 수상, 글로벌 2위인 폭스바겐과 격차를 확대했다. 그 결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불구,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미국에서 올 상반기 6만1883대의 전기차를 판매,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톱2'를 기록했다.
미국 제네럴 모터스(GM), 구글 웨이모 등과 사업 제휴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차량 파운드리 사업과 더불어 미국 현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다양한 시장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달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과 회동, 수소 사업에 대해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완성차 업계 후발주자였던 현대차그룹이 100년 역사의 완성차 기업들을 제치고, '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뉴스위크지는 정 회장을 가리켜 "세계 차산업 최고의 파괴적 혁신가"라고 칭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연구 권위자인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본지 인터뷰에서 정 회장에 대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서의 면모와 더불어 당면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리더"라고 분석했다.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으로서 '브랜드 가치 제고' 역시, 정 회장 취임 4년간 주목되는 성과 중 하나다. '고객주의'는 곧 브랜드 파워 제고의 다른 표현이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사와 취임 이후 4번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고객'이었다. 총 38회 등장해 미래(32회), 성장(30회) 등을 앞질렀다. 단순히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어떤 차를 파느냐', '어떤 브랜드로 평가되는가'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비싼 차 전진배치' 수익성 업계 최고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지난 4년간 현대차그룹의 경영실적과 글로벌 위상도 상승세다. 현대차·기아는 정의선 회장이 처음 취임한 2020년 약 635만대를 팔아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에 이어 글로벌 판매 4위였으나, 2022년 처음 3위 진입에 이어 올해까지 연속 3위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영업이익률도 업계 최고 수준(지난해 현대차·기아 합산 10.4%)이다. 영업이익률이 높기로 손꼽히는 도요타(10.0%), 테슬라(9.2%)까지 제쳤다. 올 상반기에는 현대차·기아 합산 10.7%을 기록, 글로벌 '톱5' 중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비싼 차를 제값 받고 잘 판 결과다. 전기차 캐즘기, 하이브리드 차량을 통한 유연 대응 전략도 한 몫 했다. 현대차 1·4 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 승용차 평균 판매 가격은 1·4 분기 5319만원으로, 2022년 5032만원보다 5.3% 상승했다.
또한 같은 시기, 해외 시장 평균 판매 가격은 국내보다 1000만원 넘게 높았다. 무디스, S&P,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창사이래 처음으로 올 A등급을 받은 것도 수익성 강화, 불확실성기 유연대응, 미래차 경쟁력 등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S&P는 "현대차·기아는 지난 2022년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서는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왔다"면서 "제품믹스를 소비자의 선호에 맞춰 SUV와 프리미엄 라인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평가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