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제주의 한 서점에 한강 작품들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제지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이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 판매량이 급증에 따라 침체에 빠졌던 제지업계의 전방산업인 출판 업계가 들썩이고 있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난 10일 밤(한국시각) 이후 현재까지 판매 부수는 100만부에 근접했다. 대표작 중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순으로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했다.
여기에 노벨문학상 수상에 다시 독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출판시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독서인 증가로 출판업이 활기를 찾으며 관심 받는 곳은 바로 종이를 생산하는 제지업계다. 제지업계 특성상 내수 시장 수요는 국내 업체가 대부분을 생산을 맡고 있다.
실제 한 작가 책에 사용되는 종이는 한솔제지의 클라우드 제품, 무림페이퍼 백상지, 한국제지의 마카롱 등 다양한 회사의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도서 판매가 늘 수록 제지업계 매출을 늘 수 밖에 없으며 주문 폭주로 인해 추가 오더는 고스란히 제지업계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현재 한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보유한 창비, 문학동네 등은 인쇄소에 추가 오더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비는 '소년이 온다' 등 종별로 10만부 이상을 발주했으며, 문학동네도 '작별하지 않는다'의 경우 15만부에 이어 10만부를 추가 발주했다.
인쇄소도 이에 따라 제지업계에 추가 물량을 주문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규격의 종이책 단행본 서적의 경우 통상 1만부 책의 인쇄를 위해 약 3~4.5t의 종이가 쓰인다. 판매 부수 100만부를 기록한다면 약 300~450t 정도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 경우 총 매출액은 5억~7억5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한 작가의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판매되면서 제지업에도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무림페이퍼의 경우 한 작가 책 '흰' 추가 제작을 위한 종이 30t 물량을 추가로 판매했다.
무림 관계자는 "종이 수요의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수상의 효과가 단 기간에 그치지 않고 종이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출판, 인쇄 등 침체된 업계 전반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림은 인쇄문화 및 출판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주최 '제15회 인쇄문화대상 및 인쇄문화축제'에도 참여했다.
다만 일각에선 독서 열풍속에서도 제지업계의 실적 개선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가와 해상 운임료 상승으로 인해 제조원가가 오른데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또한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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