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이사 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 "체계 혼란만 초래"

한국기업법학회와 8개 경제단체 공동세미나 개최

'이사 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 "체계 혼란만 초래"
서성호 한국기업법학회장이 15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열린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이익 보호'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22대 국회 개원 후 총 8건이 발의된 상황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법 개정을 통해 얻을 실익은 적은 반면, 경영효율성만 저하시킬 것이란 지적도 따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등 8개 경제단체와 한국기업법학회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이익 보호'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15일 밝혔다.

서성호 한국기업법학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상법이 국가 경제와 기업에게 헌법 역할을 하는 만큼 개정에 신중해야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며, 학계가 구축한 이론에도 혼선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지우는 것만이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도 아니고, 오히려 불명확한 책임기준으로 이사에게 예상치 못한 책임 확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에서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조발제를 맡은 일본 와세다대 로스쿨의 토리야마 쿄이치 교수는 "일본의 경우 회사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와 위임계약의 법률관계를 맺음으로써 회사에 대한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지는 것이며, 이사가 주주에 대해 별도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사가 회사를 위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주주 공동의 이익도 구현된다는 것이다.

또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주주가 입은 직접적인 손해에 대해서는 회사법상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통해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만큼, 이사와 주주 간에 별도의 법률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에 대한 실익도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국내 법학 교수들도 상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강영기 고려대 금융법센터 교수는 무리한 상법 개정보다 소수주주와 대주주 간 이해 상충 리스크를 감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 대신 다른 대안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을 개정해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 보호 노력', '환경·사회 등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사항 고려' 등을 열거하자고 제안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